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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Oct 14. 2019

체온을 주거니 받거니

10월에 사랑은 온도에 민감하다

여름의 무더위 같은 감정들에 지치기도 했다. 오래지 않아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고 함께 맞이한 가을은 또 이토록 좋은 계절이었나 싶었다. 그렇게 완벽하고 화창한 날씨는 일 년 중 단 며칠, 대체로 조금씩 부족하고 지나치다고 느끼는 날씨다. 우리들은 그럼에도 사랑을 한다.

일교차가 점점 벌어지는 10월에는 날이 어두워질수록 손을 꼭 잡았다. 처음엔 내 손이 더 따뜻했는데 나중에 다시 잡을 때에는 그의 손이 더 따뜻하기도 했다. 그런 시답잖은 이유로 우리는 한 번 더 웃을 수 있었다. 누구 손이 더 따뜻한가 대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 손을 따뜻하게 해줘야 하는지가 관건이었다. 둘 사이 작은 세상 속에서 통용되는 이 착한 규칙은 놀랍도록 생산적이었고 종내는 같은 온도를 나눠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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