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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Jan 28. 2020

빙하기

작은 세계의 종말

나는 독립된 주체로 존재하기를, 존중을 조건으로 보장받기를 원했다. 그러기에 크기가 얼마나, 얼만큼인지 빤히 보이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우리의 관계에서 지금은 길이와 깊이의 어디쯤일까?'라는 고집스러운 응석받이 같은 질문을 뜬금없이 해대곤 했다. 초입.  이상 깊어질  없이. 마음속 어디쯤. 앞으로 50. 어제보다 오늘. 그때그때 입가에 미소 지어질 만한 답변이 나를 만족시켰다. 그렇게 상대를 손에 쥐고 싶어 하면서도 스스로 종속되어 부담을 주려고 했다. 그렇게  만의 문법을 만들고  만의 농담을 만들었는데 하나씩  만들어  가고 응용할 때마다 진심으로 즐거워했다.

  만의 새로운 문법을 만드는 것을 즐거웠지만 각자의 문법을 익히는 데에는 게을렀으며  만의 농담은 날씨에 따라 허용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뜨거울 때보다 차가울  그리고 점점  차가워서  이상 기온이 올라가지 않는 빙하기를 맞이했다. 책임과 자유가 세트라는  짓궂은 농담 같았다. 그랬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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