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고 살 수도 없어
폭염에 밥맛도 사라지고, 내 일상이 시들시들하다며 한탄할 무렵,
한 글귀를 읽게 되었어요.
내 소망은 단순하게 사는 일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하는 일이다.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기 때문에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
- 법정
이 글을 읽기 전만 해도, 제 머릿속에는 걱정으로 가득했어요.
더 많은 그림을 그리고, 중요한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돈을 더 많이 벌고 더 좋은 환경에서, 남들과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욕구.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
평범하게 사는 것을 경시하는 관념이 어쩌면 제 머릿속에 박혀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를 돌보고 그릇을 닦고, 방을 청소하는
단순하고 평범한 일들이 모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왠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에
나라는 사람이 뒤쳐져버릴 것 같아 조바심을 냈던 것 같습니다.
평범함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의 글은,
언제 읽어도 울림이 있습니다.
그만큼 그 가치를 알기가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조용하게 후려치는 듯한(?) 글을 읽고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의 생生과 사死를 오가는 일들을 경험하고 나서,
저는 잠시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가족 모두 건강하고, 각자가 제 할 일을 다하고 있고
그러면 된 것이 아닐까.
어떤 글귀를 읽고, 감명을 받을 수 있는 정신의 여유가 있으면 된 것이 아닐까.
남한테 반짝반짝 비춰지는 것보다
스스로가 키워내는 반짝임이 중요한 게 아닐까.
그런저런 생각을 하며 이 에피소드를 그렸습니다.
밀키베이비 작가 김우영
엄마가 되면서 느끼는 사적인 감정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밀키베이비’를 연재 중이다.
<맘앤앙팡>과의 콜라보 작업, <디아티스트매거진>에 ‘디자이너 엄마의 창의적인 놀이 레시피’를 연재했다. 삼성을 비롯한 기업에 칼럼을 연재하며 다양한 미디어와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최근 <경남국제아트페어>과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 엄마의 시선을 담은 진지한 작품을 출품했고, 일본에서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 7월, 육아그림에세이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엄마입니다만’ 을 출간했다.
인스타그램 @milkybaby4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