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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키베이비 Jul 13. 2020

그림작가도 퍼스널 마케팅이 필요해? 출간 편

그림작가 김우영의 드로잉 처방전

그림 작가에게도 마케팅이 필요할까? 


초반에 나는 누군가 떠먹여 주기만을 바랬다. 유명한 사람도 아니면서 일러스트와 웹툰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하면 일감이 들어올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내 그림은 나에게만 특별해 보일 뿐, 내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세상에는 특별한 그림이 차고 넘친다. 그래서 나는 나를 알려야 했다. 마케팅의 '마' 자도 모르지만.




밀키베이비라는 개인 브랜드를 만든 뒤로 나는 콘텐츠를 만드는 동시에 마케팅과 영업, 재무와 유통을 비롯해 온갖 잡일도 한다. 대게는 힘들지 않냐고 묻지만 새로운 것을 습득하는 것이 훨씬 많고, 즐겁다. 하면 할수록, 생존 무기들을 얻는 기분이다. 회사라는 우물 밖에서도 갖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놀란다.




출간을 위한 영업, 멘땅에 헤딩부터!


밀키베이비 그림 에세이를 블로그에 꾸준히 올리던 초반, 나는 조금 다른 기획의 웹툰을 그려서 책으로 묶고 싶었다. 그래서 수십 개의 출판사에 출간 기획서를 보냈다. 답장은 하나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다. 당시 나를 검증할 수 있는 콘텐츠는 한참 부족했다. 나는 멘땅에 헤딩을 하면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배웠다.


지금은 구독자도 늘고, 내 이름으로 낸 책도 네 권이 생겼다인터뷰와 강의로 나를 알리기도 한다. 그래서 옛날에 출간 기획서를 보냈지만 아무 답변이 없었던 출판사에서 저절로 연락이 온다. 심지어 요즘은 글 한편만 써도 연락이 온다. (이 부분은 정말 신기...) 나한테도 기획력과 포트폴리오가 생긴 것이다. 노력과 시간을 페이스트리처럼 겹겹이 쌓아 올린 덕분이다.



첫 그림 에세이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엄마입니다만' 출간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 



영업으로 출간 계약을 이루면 끝?


나와 함께 두 번째 책을 만든 한빛 출판사. 이 출판사의 편집자 분과는 내가 막무가내로 보낸 출간 기획서 덕분에 잠깐 스치듯 인연이 있었다. 그 한 번의 인사를 잊지 않고 내 콘텐츠를 지켜보시다가 어떤 일을 계기로 (이것은 다음 화에) 문득 연락을 주셨다. 감사한 일이다. 엉망이었을지라도 기획서 한 장, 인사 한번 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출간 계약이라는 1차 관문을 통과했지만, 책은 출판사와 같이 만드는 상품이고, 내 생각 그대로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자 엄마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내 콘텐츠 중에서 출판사는 시장성을 타진해 볼만한 것들을 추리고, 제안을 해준다. 그리고 이 제안을 다시 내가 원하는 방향과 협의를 하며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세상이 나에게 바라는 것을 조금씩 맞춰가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나온 책이 내 드로잉 발상법을 담은 '우리 엄마 그림이 제일 좋아' 다. 그림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나 역시 그림에게 다가가는 것이 어려웠다. 그림은 어떠어떠해야 한다는 편견, 그리고 스스로에게 대한 자기 검열 때문에 오랜 시간 갈등이 깊었다. 


나는 내 아이가 그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며 길었던 편견과의 동행을 끝냈고, 아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그림을 그리듯, 일상에서 ‘그림을 밥 먹듯’ 할 수 있는 방법을 책에 담았다. 나는 처음에 내 그림 결과물로만 이루어진 책을 내고 싶었으나 (이미 한 권의 그림 에세이를 냈지만) 이 드로잉 책을 어린이들이 가이드 삼아 그림을 즐겁게 그리는 리뷰들을 보면서,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책 <우리 엄마 그림이 제일 좋아> 출간 기념 드로잉 강의



출간 이후의 마케팅은 계속된다


공교롭게도 두 번째와 세 번째 책이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지만 각 책의 홍보 또한 열심히 했다. 독자들이 어려워할만한 꼭지들을 뽑아 밀키베이비 유튜브에 드로잉 튜토리얼을 올리고, 가족 독자 뿐 아니라 어른을 대상으로 클래스도 여럿 열었다. 출간 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첫 번째 그림 에세이 때와는 확연히 다른 행보였다. 


여러 출간 행사를 잡아 놓았을 때쯤 코로나가 터졌고 오프라인 행사는 모두 셧 다운이 되었다. 어디 힘든 사람이 나뿐이겠냐만 신세한탄만 했다면 책을 쓴 시간과 노력이 공기 중으로 증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 그림을 알아주세요.'가 아니라 '도움이 될만한 책을 만들자.'라고 다짐한 만큼, 나는 조금 더 큰 바람을 담아 만든 책들을 온라인으로 열심히 알리고 있다. 부디 이 책이 필요한 이들에게 내 진심이 닿길 바라면서.


다음 글은 드로잉 처방전 - 그림작가의 퍼스널 마케팅, 기업 콜라보 편


남의 책이 아닌 내 책 소개하기! 이런 식으로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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