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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키베이비 Nov 18. 2020

예술도 친환경이 가능할까?

밀키베이비

코로나 이후 환경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습니다. 제가 아니라, 제 아이 밀키의 이야기입니다. 같이 환경에 대한 책과 다큐멘터리를 보기 시작하니, 자식 세대가 살아갈 땅에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잠이 안 올 지경이었습니다. 절망적인 기후변화와 알 수 없는 바이러스, 죽어가는 동식물들을 떠올리니 당장 뭐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지구에 무해한 예술은 가능할까


단순히 그림을 그리더라도 종이를 다량 사용하게 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아트클래스로 나눠주는 워크지를 제작할 적에 싸게 인쇄되고 빠르게 배송되는 곳을 골라 대량 의뢰했습니다. 비닐도 많이 사용합니다. 모든 그림과 굿즈를 포장하고 배송할 때는 비닐과 발포 스티로폼을 사용합니다. 재료는 또 어떻고요. 비닐 성분인 아크릴 물감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몇 통을 사서 처덕처덕 바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구에 더 이상 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


하는 일이 예술이건 아니건, 내가 종사하는 분야에서 친환경을 실천하는 일은 약간의 관심이 필요한 것뿐이었습니다. 대안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한번 더 검색해 보는 것으로 출발했습니다.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하는 곳들은 대형 쇼핑몰이 아닌 작은 온라인 몰들이 많습니다. 직접 연락하거나 가입해서 구입을 진행하는 정도의 수고로움이 필요합니다.


코로나 예방수칙을 담은 그림책, '어떻게 될까?' 그림책 도안은 디지털로 배포했지만, 점점 인쇄를 한 실물을 원하는 주문이 많아졌습니다. 고심 끝에, 친환경 인쇄 업체를 여러 군데 찾고 연락해서 사탕수수 종이에 콩기름으로 인쇄했습니다. 사탕수수 종이는 황설탕 색이라 색감이 쨍하지 않지만, 나무를 베어내는 대신 설탕 만들 때 버려지는 사탕수수를 이용해 만드는 종이입니다. 콩기름 인쇄도 대기오염 물질이나 발암 물질이 나오지 않으니 아이들이 그림책을 만들고 읽을 때 조금 더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주문하신 담당자분께도 이를 설명해 드리니, 제 의의에 깊에 공감해 주시고 주변 스태프 분들에게도 적극 알려주셨습니다.


최근 충북교육도서관 북페스티벌을 통해 도내 유치원으로 제공된 "어떻게 될까?" 그림책.

친환경 인쇄로 제작된 그림책을 만들고 있는 모습





제작부터 배송까지 친환경, 험난할 때도 있지만


최근 저는 작심 7일 드로잉 프로젝트를 열고, 선정자 분들께 교재로 삼을 제 책 "우리 엄마 그림이 제일 좋아"를 보내드렸습니다. 책을 보낼 때 종이 안전봉투를 쓰려고 보니 계속 비 소식이 있었습니다. 봉투와 책이 조금이라도 젖으면 무용지물이기에, 비닐 포장을 한번 더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00% 친환경은 때로 녹록지 않다는 것을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림의 제작부터 배송까지 조금씩, 점진적으로 친환경으로 바꿔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재료도 아크릴에서 아라비아 검이 주 성분인 과슈로 바꾸었고, 작품과 굿즈의 배송은 100% 재활용 종이로 제작한 안전 봉투를 쓰고 있습니다. 스케치는 이면지를 활용하고, 물통도 플라스틱을 재사용하는 등 아주 작은 일상을 조금씩 바꿔갔습니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약간 더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 수고는 나만 알면 된다는 주의지만, 한 사람 한사람의 노력이 절실한 시기인만큼, 친환경을 위한 수고는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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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베이비 아트프린트,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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