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소설 속으로
어느 때처럼 공부를 마친 뒤, 나를 위한 짧은 휴식 시간. 나는 핸드폰 스크린을 만지작거리다 우연히 ‘시한부’라는 제목의 소설을 처음 마주했다. 제목이 주는 묘한 울림에 호기심이 생겨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중학생 작가가 쓴 첫 베스트셀러라는 소개를 보고 흥미가 더해졌다.
나도 가을에 매혹된 걸까. 날씨가 한결 선선해진 10월의 첫째 날, 내 생일이었다. 그때 한 친구가 선물을 고민하길래 나는 백은별 작가의 소설 『시한부』를 선물해 달라고 부탁했다. 흔쾌히 수락해 준 내 친구에게 언제나 고맙다.
책의 차례를 펼치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각 장의 제목이 모두 사자성어로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독특한 구성이 인상 깊어 얼른 책을 읽고 싶어졌다. 그중엔 내가 모르는 사자성어도 있었는데, 챕터마다 마지막에 풀이가 적혀 있어 자연스럽게 배우는 재미도 있었다.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이 작가의 분명한 메시지와 자신만의 문장 스타일이 전해졌다. 흥미로운 것은 평소 읽던 작가들의 글과 달리 정말 ‘학생이 쓴 글’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는 것이다. 그 안에는 어른 작가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솔직함과 용기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존경스러웠다. 문장이 어딘가 더 친근하고, 진심이 느껴져서 마음에 닿았다. 학생이 쓴 글은 학생이 제일 공감하는 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수아는 어릴 적부터 윤서와 단짝으로 지내온 친구다. 두 인물은 각자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니고 있었고, 나는 그 사연이 궁금해 책장을 놓지 못했다.
이야기 중반에는 주현, 가연, 선유, 정아 같은 청소년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청소년 무리와 따돌림, 집단 간의 이간질, 그리고 청소년 자살 문제를 드러낸다. 나는 또래 작가의 시선으로 그려낸 청소년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내가 지금 맹학교에서 친구들과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음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윤서의 힘들었던 과거와, 수아의 ‘자발적 시한부’ 인생은 우리가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가족과 친구, 그리고 이웃의 사랑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선택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그 여운이 선명하게 남았다.
지난 '훌훌(저자: 문경민)'을 읽었을 때도 책의 재미를 찾아 직접 글을 써보기도 하고, 같은 작가의 책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시한부' 역시 나에겐 그런 가치를 충분히 보여준 작품이었다.
이 책은 단순히 죽음을 이야기하는 소설이 아니라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였다. 나는 작가가 전하고자 한 마음을 따라 오늘의 하루도 조금 더 감사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