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가짐
오늘 아침, 희미한 빛이 창문 사이로 스며들었다. 선명하진 않지만, 그 빛의 흐릿한 윤곽이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듯했다. 조금은 흐려진 시야 너머로 느껴지는 공기의 냄새, 바람의 차가움, 낙엽 밟히는 소리까지. 그 모든 게 '이제 가을이 끝나간다'는 말을 건넸다.
나는 저시력인이다. 보이긴 하지만, 또 완전히 보이진 않는다. 사람들은 종종 내게 “그래도 조금이라도 보여서 다행이지”라고 말한다. 그 말에 가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 조금의 세상도 결코 단순하지 않다. 빛이 번져서 사물이 겹쳐 보일 때 세상은 종종 수채화처럼 흐르고,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기 위해선 목소리와 걸음소리를 함께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불분명함 속에서 오히려 세상을 더 천천히 본다. 선명하지 않기에 한 번 더 느끼고, 한 번 더 귀 기울이게 된다. 보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느끼는 법을 배운 셈이다.
오늘, 11월의 첫날.
나는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희미한 빛의 방향을 향해 섰다. 그 빛은 뚜렷하지 않았지만, 분명 따뜻했다. 내가 ‘볼 수 있는 만큼’의 세상을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보이는 만큼이 아니라, 느낄 수 있는 만큼 살아가고 싶다. 조금 느리고, 조금 다르더라도.
그렇게 나의 11월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