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의 약속, 나에게 보내는 선물

"그러니까, 나를 사랑할래"

by 은하수별바다

2026년, 병오년의 해가 밝은 지 이틀째다.

시각장애인으로 산 지도 어느덧 7년. 이제 졸업을 앞둔 나는, 아직은 장애인으로 살아온 시간보다 비장애인으로 살아온 시간이 더 길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경계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이제 나는 사회로 나아간다.
‘장애를 가진 누군가’가 아니라, 장애를 가진 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쩌면 지독한 각오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각오의 끝에,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걷다 보면 언젠가는 빛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모두가 새해를 기다리고, 새해의 선물을 기다리던 며칠 전.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다음 해의 마지막 날, 다시 지금과 같은 시간에 서게 된다면 그때의 나는 어떤 선물을 받게 될까.
노력한 만큼의 선물이, 정말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래서 결심했다.
기다리지 않고, 내가 나에게 선물하기로.

올해 안에 두 편의 소설을 완성해, 2026년의 나에게 건네줄 것이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선물로.

약속하자.
2026년 12월 31일의 나에게.




<작품 소개>

1. 그러니까, 나를 사랑할래
: 장애를 얻은 사람이 그것을 극복하고 수용해 가는 이야기는 익숙하다. 그러나 이 소설은 질문의 방향을 바꾼다. 장애인이 비장애인이 된다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까. 후천적 시각장애인인 작가의 시선에서, ‘회복’이라는 말 뒤에 가려진 감정들을 파헤친다.

장애인 친구들에게 “눈을 뜰 수 있다면 어떻겠냐”라고 물으면, 대부분은 망설임 없이 “그러고 싶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소설 속 주인공 주리에게, 실제로 눈을 뜨게 했다.

그러나 시력을 되찾는 순간, 모든 것이 행복으로 수렴되지는 않는다. 보이지 않기에 지켜낼 수 있었던 관계, 정체성, 사랑.

이 작품은 보이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삶과, 보이게 되면서 흔들리는 자아를 조심스럽게 따라간다.

사랑은 여전히 가능한가.
그래서 묻는다.

그러니까,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2. 많이, 또
: 학교에서 진행된 ‘마니또 프로젝트’.
우연처럼 시작된 비밀 친구 관계는, 사실 서로를 버티게 하는 유일한 끈이 된다.

따돌림을 당하던 남학생과 여학생.
그들은 서로의 얼굴도, 이름도 모른 채 편지를 주고받는다. 상처를 숨기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공간에서, 그들은 조금씩 서로의 세계를 이해해 간다.

따돌림으로 남은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평생 남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소설은 말한다.

"그 아픔을 없애겠다고 약속하지 않겠다고. 다만, 너를 위해 조금씩 지워 가겠다고."

조용하지만 깊게, 상처 위에 쌓이는 연대의 이야기.

많이, 그리고 또 서로를 향해 손을 내미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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