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by 은하


동네 의원에서 큰 병원에 가보라는 소견서를 받아 들었을 때만 해도, '별일 아닐 거야'라고 애써 마음을 다독였다. 부랴부랴 찾아간 동네 종합병원에서는 CT라는 것을 찍었다. 모니터 속 흑백 사진을 들여다보던 의사가 고개를 갸웃하며 툭, 한마디를 던졌다.


"오른쪽 혈관이 안 보이네요. 막힌 게 아니라, 선천적으로 없을 수도 있어요."



희망인지 절망인지 분간할 수 없는 말이었다. 원래 없던 거라면 괜찮은 걸까, 아니면 더 큰 문제가 있는 걸까. 찝찝한 의문을 안고 발걸음은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대학병원 진료실의 공기는 훨씬 무겁고 차가웠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그곳에서도 명쾌한 답은 없었다. 의사는 CT 영상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면서도 끝내 뇌경색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아직 단언하긴 이릅니다. MRI를 다시 정밀하게 찍어봅시다."






그때부터 혼란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A병원, B병원, C병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가는 곳마다 의사들의 소견은 미묘하게 갈렸다. 어느 곳에서는 "흑암시와 두통 증상이 동반되었다면 혈류 차단이 분명하다"며 긴급함을 이야기했고, 또 다른 곳에서는 "혈류가 돌아오는 징후도 보이니 한 달 뒤에 다시 보자"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급하다는 말도, 기다려보자는 말도 저마다의 논리로 그럴듯하게 들렸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결론은 단 하나도 같지 않았다. 수많은 의학 용어와 가능성 사이에서 혼자만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그때, 복잡한 고민을 끊어낸 건 정작 당사자인 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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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빨리 입원해서 검사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자. 뭐라도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곳으로."


불안한 기다림 대신 확실한 행동을 택하겠다는 의지였다. 그 단호함이 흔들리던 마음을 잡아주었다. 전문 지식이 없어 갈팡질팡하던 보호자의 짐을, 환자복을 입은 그가 오히려 나눠 짊어지고 있었다. 남편의 뜻에 따라 우리는 가장 빠르게 입원이 가능한 C병원을 택했다. 가장 단호하고 명확하게 방향을 제시해 준 곳이었고, 무엇보다 그 결정을 더는 뒤로 미룰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선택이 의학적으로 최선이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다만 그때 마음을 지배했던 건 단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이 선택의 끝에 혹시라도 잘못된다면, 스스로를 영원히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공포. 병이라는 실체보다 더 무서운 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는 채 흘려보내야 했던 시간들이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이정표 없이 서 있어야 했던 막막함이, 병실의 밤보다 더 길고 어둡게 느껴졌던 나날들이다.








< 곁에 두는 말 >


: 보호자의 선택에 정답은 없습니다. 우리가 내린 결정은, 그 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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