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다

by 은하


C대 병원 입원이 결정된 건, 입원 하루 전날이었다. 남편의 단호한 결단으로 급물살을 탔지만, 현실의 속도는 마음 같지 않았다. 병원도, 보호자도, 그리고 덩그러니 남겨질 아이들도. 그 무엇 하나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우리는 입원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섰다.



하필이면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였다. 병원 문턱을 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선별진료소에서 긴 줄을 서고, 코를 찌르는 검사를 거쳐 음성 결과를 받아야만 겨우 보호자 자격이 주어졌으니까. 아이들은 병원 근처에도 얼씬 못하게 했다. 철저히 격리된 공간.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남편을 마주하는 순간, '아픈 것도 큰일이지만, 병원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 자체가 더 큰 전쟁'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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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중 다행으로 남편이 배정받은 곳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이었다. 24시간 전문 간호 인력이 상주하며 식사부터 거동까지 세심히 챙겨주는 곳이었다. 보호자가 할 일은 침대 옆 좁은 사물함에 세면도구와 속옷을 정리해 넣고, 간호사가 내미는 수북한 수술 동의서들에 떨리는 손으로 서명하는 것뿐이었다.



병실 문을 나서자마자, 마음은 곧장 집으로 내달렸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고작 며칠. 엄마의 부재 속에서 아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각자도생의 등교 전쟁을 치러야 했다. 5학년인 첫째 아들과 2학년인 둘째 딸. 워낙 현실적인 남매 사이라, 오빠가 동생을 살뜰히 챙기는 훈훈한 풍경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저 각자 밥이나 제때 챙겨 먹었을지, 텅 빈 집에서 외롭게 문을 닫고 나섰을 아이들 생각에 가슴 한구석이 아렸다. 무엇보다 마음에 걸리는 건 둘째였다. 평소라면 엄마 차를 타고 편하게 갔을 학원 길을, 제 몸만 한 가방을 메고 혼자 걸어갔다고 했다. 그 작은 뒷모습을 떠올리니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몸은 차가운 병원 복도가 아니라, 병원과 집을 잇는 자유로 위, 그 어딘가에 위태롭게 떠 있었다.



남편의 수속을 밟고 다시 집으로 달려가 아이들을 살피고, 또다시 병원으로 향하는 길. 한 곳에 진득하니 머물지 못하고 도로 위를 맴돌았다. 환자인 남편과 아직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 그 어느 쪽도 온전히 놓을 수 없었기에. 위태로운 두 개의 재난 현장 사이에서 완벽하게 쪼개진 채, 액셀을 밟는 발끝에만 겨우 힘을 주고 버티던 시간이었다.






내일 예정된 조영술이 정확히 어떤 과정인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의학적 지식이 전무한 상태로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었다. 그저 거대한 병원 시스템이라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무력하게 올라탄 기분이었다.


'일단 들어왔으니, 어떻게든 결론이 나고 나가긴 하겠지.'



막연한 체념과 불안을 동시에 안고, 핸들을 돌려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 곁에 두는 말 >


: 몸은 하나인데 지켜야 할 세상은 두 곳입니다. 죄책감과 책임감 사이를 오가는 도로 위, 오늘도 액셀을 밟으며 쪼개진 하루를 버텨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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