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기적처럼 혈관이 뚫렸다

by 은하


입원 다음 날, 마침내 조영술이 시작되었다.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검사 이름, 낯선 준비 과정, 그리고 긴장으로 굳어진 남편의 얼굴. 그 뒷모습이 왜 그리도 작고 위태로워 보였는지. 어떤 절차를 거치는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었기에 그 막연함은 공포가 되어 발끝부터 차올랐다. 나는 시술실 밖 차가운 의자에 앉아 간호사가 건네는 설명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빌 뿐이었다.






생각보다 시술은 짧았다. 폭풍전야 같았던 긴장감에 비하면 허무할 정도로 조용하고 빠르게 끝이 났다. 결과 또한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을 수 있었다. 다시 마주한 의사 선생님은 무덤덤한 목소리로, 하지만 분명하게 말했다.


"90% 이상 막혀 있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속 공기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듯 숨이 턱 막혔다. 우측 뇌로 가는 경동맥 혈관이 거의 끊어질 듯 좁아져 있었다는 사실.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남편은 버텨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한 줄기 빛 같았다. 시술 과정 중에 혈관이 조금 열린 것 같다고, 굳이 스탠트를 삽입하지 않아도 안쪽 흐름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는 설명이었다. 정확한 의학적 메커니즘은 지금도 다 기억하지 못한다. 그 복잡한 용어들이 내 머릿속에 남을 자리는 없었다. 다만 의사 선생님의 말투와 표정에서 묻어나던 '다행입니다'라는 확신, 그 따스한 뉘앙스만이 머릿속에 각인되었을 뿐이다. 나는 그것을 기적이라 불렀다.



막혀 있었다는 사실도, 다시 뚫렸다는 사실도 모두 현실 같지 않았다. 시술을 마치고 나온 남편의 얼굴은 조금 창백했지만, 눈빛만은 이전보다 훨씬 선명하고 분명했다. 마치 거대한 폭풍의 눈을 통과해 나온 사람처럼, 그는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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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날 오후 바로 퇴원 수속을 밟았다. 고작 하루 반나절의 입원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 속에 응축된 감정의 무게는 몇 년의 세월보다 무겁고 길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이 없었다. 차창 밖으로 병원 정문이 멀어지는 것을 보며 조용히 되뇌었다. 기적이라는 건 누군가가 증명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죽음의 문턱이나 절망의 틈새를 온몸으로 통과한 사람이 비로소 가슴으로 체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병이 찾아온 것도, 그 병을 제때 알아챈 것도, 그리고 그 고비를 무사히 넘긴 것도. 모든 것이 기적처럼 맞물려 돌아간, 생의 가장 길었던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 곁에 두는 말 >


: 기적은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꽉 막혔던 마음을 뚫고 다시 돌아온 어제와 같은 오늘이었습니다. 폭풍이 지나간 뒤 마주하는 고요한 거실과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 평범한 풍경 속에 세상의 모든 기적이 숨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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