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 수입이 없다는 건 매달이 제로 셋(Zero-set) 상태에서 시작된다는 뜻이다. 지난달이 제법 괜찮았다고 해서 이번 달의 안녕까지 보장받을 수는 없다. 매달 1일이면 어김없이 리셋되는 숫자의 압박은 때로 일상의 호흡을 가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불확실한 궤도 위에서 하루를 온전히 굴려가기 위해, 이제는 통장 잔액을 확인하기보다 오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의 분량'을 먼저 살핀다.
무리해서 일을 몰아넣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예 손을 놓아버리지도 않는다. 다만 아주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쪽을 택한다. 거창한 성과가 없어도 오늘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분량만 해내면, 멈춰 서 있던 하루는 어떻게든 굴러가기 시작한다. 기계처럼 돌아가던 월급쟁이 시절에는 몰랐던, 스스로 동력을 만들어내는 법을 조금씩 익혀가는 중이다.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고, 도서 블로그에 올릴 서평 콘텐츠 의뢰를 확인하며 화면 속 세상에 접속하는 시간은 늘 시험대 위에 서 있는 기분이다. 갑자기 문의가 몰려 정신없는 날이 있는가 하면, 야속할 정도로 메일함과 게시판이 조용한 날이 며칠씩 이어지기도 한다. 알람이 울리지 않는 침묵이 길어질 때면 "이 일이 정말 내 길이 맞나" 싶은 회의감이 불쑥 고개를 든다. 예전 같으면 그 불안에 잡아먹혀 서둘러 결론을 내리려 애썼겠지만, 지금은 그 생각을 잠시 미뤄두는 법을 안다. 읽어야 할 책을 펼치고, 다이어리에 문장을 적어 내리며 결론을 유보하는 것. 그것 또한 하루를 버티어내는 영리한 전략 중 하나임을 알기 때문이다.
돈이 불안하다고 해서 내 하루 전체를 불안의 구렁텅이 속에 밀어 넣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실질적인 수익 활동이 없는 시간에도 삶을 방치하지 않는다. 노트북 앞을 떠나 집안 구석진 곳을 청소하거나, 무거운 몸을 억지로라도 움직이거나, 머릿속을 떠다니는 부유물 같은 생각들을 다이어리에 적어 내린다. 수익을 내는 날과 수익을 준비하는 날을 엄격히 구분하기로 했다. 오늘 당장 모니터 너머에서 결과가 찍히지 않았더라도, 내일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하거나 다이어리를 정리했다면 그날은 결코 헛된 날이 아니다. 당장의 결과물은 없어도 내일을 버틸 힘을 비축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고정 수입이 없다고 해서 삶 전체가 불안정한 건 아니다. 다만, 마음의 기준이 평소보다 조금 더 자주 흔들릴 뿐이다. 그 흔들림을 붙잡기 위해 나는 하루를 조금 더 세밀한 단위로 나누어 본다. 아침, 오후, 저녁. 통째로 보면 막막한 하루도 세 번의 매듭으로 나누어 마주하면 생각보다 견딜 만한 무게가 된다. 매달이 새로 시작되듯, 나 또한 매일 아침 새롭게 시작한다. 내일의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오늘 하루를 굴리는 핸들만큼은 내 손에 쥐여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그렇게 오늘을 정성껏 나누어 성실히 살아내는 것, 그것이 고정 수입의 빈자리를 채우는 나만의 가장 간절하고도 다정한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