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돈,건강,가족-무엇도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by 은하


불안은 늘 곁에 머문다. 성격이 유난히 예민해서라기보다, 삶에서 지켜내고 싶은 것들이 많아질수록 불안의 그림자도 함께 짙어졌다. 15년을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온 뒤, 평온할 줄 알았던 삶의 구조는 전보다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현실은 냉정하다. 돈은 여전히 필요하고, 아이들은 여전히 손길을 기다리며, 가족의 건강은 언제든 평범한 하루를 뒤흔들 수 있는 변수다. 사라지기를 바랐던 불안은 어느새 일상의 공기처럼 익숙한 것이 되어 매일 찾아와 반긴다.








따박따박 들어오던 월급의 빈자리. 매달 들어오던 고정 수입의 사라진 무게는 마음을 조이게 만들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돈 이야기를 피하지 않는다. 경제적 결핍이 마음의 여유를 앗아간다는 사실을, 돈이 있어야 비로소 안도하는 사람이라는 걸 솔직하게 인정했기 때문이다.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시야가 맑아진다.




아이들을 돌보며 풀타임 일을 선택하지 않은 것 또한 회피라기보다 정교한 계산에 가까웠다. 지금의 나에게 허락된 시간과 체력을 하나씩 저울 위에 올려두고, 감당할 수 있는 삶의 무게를 가늠해 보는 쪽을 택한다. 몸을 가꾸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거울 앞의 내 모습이 만족스러워야 비로소 당당해지는 마음을 굳이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스스로가 초라해 보이면 마음이 위축되고, 위축된 마음은 하루 전체를 갉아먹기 마련이니까. 살을 빼는 미용의 목적보다 바른 자세와 체력을 먼저 고민하는 건, 결국 이 불안한 일상을 지탱할 '버티는 몸'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Gemini_Generated_Image_4airo84airo84air.png




어느 하나를 포기함으로써 얻는 가짜 평온에 안주하고 싶지는 않다. 돈 때문에 가족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고, 가족을 이유로 나라는 존재를 지워내고 싶지도 않다. 오늘도 불안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다만 예전처럼 속절없이 나를 끌고 가지는 않는다. 어디까지 일할 것인지,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 어떤 속도로 걸어갈 것인지. 그 기준은 내가 쥐고 있다.




돈과 건강, 가족과 나 자신. 어느 하나 손에서 놓지 않은 채로 지금의 하루를 살아낸다.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며 걷는 이 길 위에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가만히 읊조려 본다. 불안과 다정히 커피 한잔 하는 그날까지.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