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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생각 Jun 16. 2016

전화카드 한 장

추억, 그리고 기억

대학시절,


1980년대의 치열함은 없었지만

눈물, 콧물 쏟아내는 데모까지도 없었지만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국문학도라는 이름으로

나름 정의를 부르짖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아픔들에

같이 아파하고 같이 울고

주먹 불끈 쥐고

나름대로 운동권이라 자부하며

민가를 주절거리며 살던 때.


어학연수 가면서도

시디 2개에 빼곡히

민중가요를 담아가서는

낮이고 밤이고 틀어재껴서

외국인 동생이 날 이상하게 보던 기억까지.


지금의 나는

세상 속에서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상당히 무모한 것임을 깨달았고

내 두 주먹이 세상을 바꿀 수 없음도 깨달았고

무엇보다 내 가슴이 많이 차가워졌다.


그래도

그때 즐겨들었던

꽃다지의 '전화카드 한 장'이

유난히 생각나는 요즘이다.


.

.

.


언제라도 힘들고 지쳤을때

내게 전화를 하라고

내손에 꼭 쥐어준 너의

전화카드 한 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나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고맙다는 말 그말 한마디

다 못하고 돌아섰네


나는 그저 나의 아픔만을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런 입으로 나는

늘 동지라 말했는데

오늘 난 편지를 써야겠어

전화카드도 사야겠어

그리고 네게 전화를 해야지

 줄 것이 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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