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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생각 Aug 11. 2016

커피 중독 : 기분 벗어던지기

짧은 생각


난 커피를 좋아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시럽이나 우 

그 어떤 것이 들어간 것도 싫고

쓰디쓴 에스프레소도 싫다.

그냥 물 가득 붓고 에스프레소 한 잔 넣어

연하게 마시는 아메리카노가 좋다.


커피고유의 향미를 살리는 약배전이나

부드러운 강배전,

이왕이면 핸드드립이 더 좋고,

더치는 싱글로 아주 소량에 물을 가득 넣는게 좋다.


되도록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너무 뜨거운 건 싫어서

얼음을 3-4개 녹인다.


커피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내 커피취향만 안다.


그래도 좋아하는 걸 알아서 다행이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얼마나 알고있을까?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을까?


오늘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것,

그래서 내가 기분좋아질 수 있는 것과

내가 아주 싫어하는 것,

날 아주 냉정하고 차갑게 만드는 것에 대해

새삼 느꼈다.


나는 기분이 나쁘고 답답할 때

아주 맛있는 커피 한 잔으로 마음달래기가 가능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단순해질 수 있다.


하지만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것을 죽도록 싫어하고

그런 상황들이 날 철저하게 냉정하게 만든다.

정에 약한 내가 아무 생각도 들지 않도록.


직업의 특성상,

말바꾸기는 나의 생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

치를 떨게 된 건 오래된 것 같다.

출연한다고 했다가 안하고,

인터뷰한다고 했다가 안하고,

촬영오라고 했다가 거부하고,

섭외됐다고 겨우 한숨돌렸는데 말바꾸면

그야말로 지옥인거다.


글을 써서 먹고 사는 나에게

의뢰한 글을 다 쓰고났더니

필요없다고 해버리는 것도 아주 악몽이다.

일로 시작된 이 습관은

사람관계에도 이어졌다.


어떤 실수나 문제들은 다 웃으며 넘길 수 있다.

'인간미'라고 애써 포장을 하기도 하고

'순수함'이라고 다독이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의 문제는 다르다.


특히나 '믿음'을 쌓아가는 사이에서

가볍게, 혹은 욱하는 감정으로 내뱉는 말은

나에게 치명적이다.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


이렇게 말한다면 딱히 설명하고 싶진 않다.

너무나 많이 당해온 일들의 프레임이

그려지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을 닫아버린다.


그런 사소한 걸로 그러는건

욕먹을 짓이라 손가락질 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당신에게도 치명적인 무엇이 있지 않나요?
나에겐 이게 그래요.


남들은 이해 못 할,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치명적인 그 무엇.


종일 이런 생각과 자책을 동반한 나의 특이함과

병실에서의 답답함,

무엇보다 맛있는 커피의 결핍으로

내가 죽을 것처럼 시간을 죽였다.


친구가 사다준 아이스아메리카노에

마음을 좀 풀고싶은데

지금 손에 들린 이런 류의 체인점 커피는

특유의 탄맛과 씁쓸함이 날 괴롭히는 느낌이랄까.

선호하지 않는다.


친구야, 미안..

기분전환이 절실하다.


맛있는 커피를 마셔본지 너무 오래다.

밥 대신 커피만 먹어도 기분좋아지던,

그런 커피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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