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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생각 Feb 05. 2017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

짧은 생각

뚜르 보러 갈거야-


- 뚜레쥬르 간다고?

- 뚜르라고.

- 그니깐 뚜레쥬르 줄이면...뚜르..

- 그래. (그냥 무시하기)




*Tous les Jours '날마다, 매일' 뜻은 좋구나~


난 다큐멘터리를 아주 좋아한다.

간단하게는 사실이라서 좋다.

물론 다큐멘터리 영화가 100퍼센트 사실만은

아니라는 걸 알지만 방송쟁이라 그런지

제일 사실에 가깝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상당한 끌림이다.


제작부터 배급까지 우여곡절을 겪으며

4명의 감독이 레이스하듯 작품을 이어 받아 만들고

2015년 DMZ다큐영화제에 초대되면서

겨우 이윤혁의 이야기는 빛을 보게 됐다.

그리고 2017년 개봉.


사실 하루 한 두번의 상영이 끝이다.




뚜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


복부에서 발견된  혹은 암이었다. 희귀암 진단을 받은 윤혁은 두 차례 수술로 장기 5개를 잘라냈다. 스물다섯 번에 걸친 항암치료도 했다. 그러나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병원을 나왔다.


이것이 영화의 시작이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그가 꾼 새로운 이자

마지막 꿈, 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 도전이다.



뚜르 드 프랑스는 프랑스 전역과 스페인 등

약 3500㎞를 일주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사이클대회다.

해발 2115m 높이의 알프스와

피레네 산맥 등을 넘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어서

‘악마의 레이스’라고도 불린다.


윤혁은 후원을 통해 의사를 포함해 10명의 팀을 꾸렸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잘했던 그였지만 높은 산맥 앞에선 기진맥진. 그러나 그는 심장이 터질 것처럼 힘든 가파른 산길에서 진정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프랑스에서 윤혁 씨.

영화 ‘뚜르:내 생애 최고의 49일’.


윤혁은 2009년 한국인 최초로 뚜르 드 프랑스를 완주했다. 그리고 1년 뒤에 2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중환자실의 연명치료 대신 세상으로 나와

삶의 마지막 도전을 택한 그의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싶은 것을 실천하다.


몸상태를 고려해서 많은 사람들이 만류했던 도전.

하지만 그것은 그의 마지막 꿈이었고,

모든 암환자들을 위한 도전이 되어 버린 선택이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님을 알았지만

순간순간 부딪히는 문제들과

예측할 수 없는 사고들 앞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한번씩 내지르는 고함소리와

스스로를 다그치는 듯한 강한 언어들이

그의 삶에 발버둥같아서 더 마음아팠다.


☆※ 예전에 <뚜르 드 프랑스- 기적의 레이스>라는

영화가 있었다. 나름의 감동이었다는...

영화 <뚜르 드 프랑스- 기적의 레이스> 중
삶은 혼자 온전히 살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에 나만 덩그러니 던져진 것 같은 순간에도

사실 가족, 친구 그리고 내 마음의 속도를 맞춰주는

수많은 사람들이 옆에 있어준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사이클을 타는 순간에도 혼자가 아니었다.

끊임없이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 알려주는 이,

컨디션 조절을 위해 늘 윤혁 씨의 건강을 체크하고

또 옆에서 응원하고 노래해주고 같이 울어준 사람들..


49일이라는, 약 3,500km라는 거리를

버텨낼 수 있게 해 준 건

윤혁 씨 곁에 있어준 사람들의 사랑이었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그를 지탱해준 건 사람들에 대한 간절함이었다.


죄송해요.. 제가 살아야 하는데...


물론 그누구도 날 대신해줄 순 없다.

하지만 내가 세상을 버틸 힘, 상황을 견뎌낼 힘,

마지막까지 살고싶은 힘을 주는 것이다.


한동안 여러 감정들에 휩싸여 힘들었다.

정말 나혼자 어딘가에 뚝 떨어진 듯이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고 그랬다.

내 옆에 있어준 많은 사람들, 가족들을 두고도...


죄송합니다. 제가 무지한 중생이라...


영화를 볼 때마다 늘 감정이입해서는

세상을 몇 바퀴돌고

인생의 극과 극을 경험하기도 하고

울고 웃고 내 감정에 너무나도 충실해서

늘 기진맥진이지만 (오늘도 역시나)

7,000원 이상의 감동이다.


특히나 이렇게 이른 시간의 조조는

극장을 거의 독점하므로 환영이다.




2010년 7월에 윤혁 씨는

27살이라는 나이에 결국 세상을 떠났다.

나보다 3살 어린 친구..

삶에 대해 느끼기도 전에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였지만

짧은 생, 큰 깨달음을 얻고 갔다고 믿는다.


나는 목표만 보고 왔는데,
오늘에서야 비로소 옆을 보니
동료들도 있고,
하늘도 너무 예쁘고,
해바라기밭도 내가 그린 것이 있었다.
옆을 보니 같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


49일의 레이스를 완주하고 눈물의 포옹.

나는 지금 얼마나 간절하게 살고있나..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 꿈은 있을까..

인간이기에 만들어내는 기적,

아직은 따뜻한 세상이구나..

이게 정이구나..


뚜르 원정대.



고마운 내 옆의 사람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 영화,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


나도 내 생애 최고의 49일을 만들어 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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