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작’이다. 사람들이 하작가를 줄여 하작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벌써 18년이 되었다. 어느 날 문득 나는 언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나 생각해 봤다. 그날을 기점으로 나는 어떤 글을 어떻게 써왔나 돌아보고 싶었다. 처음 글을 썼던 때, 구성작가로 첫 입봉을 했던 때, 또 다른 글을 썼던 그 순간들을 기억하고 다시 그 마음으로 돌아가 보고 싶었다.
나는 내 일을 정말 사랑하지만, 작가는 항상 메인이 아니다. 스텝 중의 하나이고, 늘 내 것이 없다. 열심히 쓴 글들은 남의 작품이 되어 이 세상에 기록된다. 그래서 이번에 나는 스텝이 아닌 주인공으로 살아보고자 이 책을 쓴다.
그리고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스토리텔링 수업을 할 때도 글쓰기, 말하기 강의를 할 때도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고 싶어 하고 그것이 하나의 결과물로 나와주길 바란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조금 더 쉽게 글감을 찾고, 그것에서 가지를 뻗어 나가서 글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이었다. 내가 일일이 그들의 이야기를 대신 써 내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글을 쓴다는 것은 특출난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물론 글을 쓰고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들은 조금 더 재미있게 조금 더 빨리 글을 쓸 수는 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글을 써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는 글쓰기의 시작부터 글을 쓰는 방법까지 나만의 방식이지만 정리해 보려고 한다.
나는 글쓰기를 어떻게 시작했었는지, 다음 과정은 어떠했는지, 글을 써야 하는 이유와 글을 쓰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글쓰기에는 영역이 없다는 사실 등 18년차 작가로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펼쳐내고자 한다.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과 우리 민찬이, 영준이에게 엄마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주고 싶다. 작가랍시고 밤샘을 하고 촬영을 간답시고 하루, 이틀 비우기 일쑤였던 그 날들에 대한 해명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 당당하게 작가로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사랑하는 가족들의 지지와 우리 민찬이, 영준이의 희생과 양보가 있었기 때문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내가 전문가라는 말을 과감히 내뱉으며 그에 따른 실력과 책임감을 가질 때 프로라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프로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하기 싫은 일도 아무렇지 않게 끝까지 해낸다.
아마추어라 불리는 사람들은 단순히 그 일을 좋아하고 즐기는 정도의 사람일 것이다. 아마추어는 그 일에 대해, 혹은 그 과정 중에서의 즐거움이나 재미가 사라지면 더는 그 일을 하지 않는다. 재미가 없으면 그 일은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태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여러분이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고 알게 되는 것이 프로로서의 글쓰기일지, 아마추어로서의 글쓰기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글을 쓰는 일은 프로든, 아마추어든 신성한 작업이라는 것이다.
글을 조금씩이라도 쓰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시간을 내어 글을 쓰는 당신은 그 순간부터 프로다. 말로는, 생각으로는 글을 써야지, 글을 쓰고 싶어, 하면서 한 줄조차 적지도 않고 있는 누군가에 비교하면 진정한 프로의식을 가진 사람이라 칭찬할 것이다.
거창한 글이 아니다. 오늘 바로 일기 쓰기부터 시작해 보자. 일기 쓰기도 힘들다면 우선 다이어리에 오늘 한 일을 기록하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 기록은 글쓰기의 시작이다.
인류의 문명도 기록에 의해서만 전해질 수 있었다. 희대의 사건들도, 예로부터 전해져 오던 구전동화까지도 그것이 말로만 전해져 내려오면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말았을 테지만, 그것들을 기록하고 전하는 이들이 있어서 우리도 알게 되었듯이 글을 쓰는 이에게 기록은 무엇보다 중요한 작업이다.
꾸준하게 글을 쓰고 나의 글을 읽어보자. 이상하다고 지워버릴 것이 아니라 내가 말하고자 한 바가 어느 정도 표현이 된 것인지 느껴보자. 표현방법이든 기술적인 부분은 언제든 나아질 수 있다. 그저 내가 말하고자 했던 글감이 제대로 드러나고 있는가에 중점을 두고 글을 쓰는 사람이 된다면 당신도 지금부터 감히 ‘글쟁이’라 할 수 있다.
남의 작품을 만들어주는 글쟁이가 아니라 나 자신이 바로 주인공이 되는 그런 글쟁이로 거듭나는 또 하나의 시작을 이렇게 열어본다. 그냥 써보자. 그리고 그냥 읽어보자. 그냥이라고 시작하는 순간 그것은 이제는 그냥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