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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생각 May 25. 2016

추억, 그리고 기억 1

차근차근 기억을 더듬다

가끔 나는 내 안의 아이를 본다.


서른 여섯.

몸은 훌쩍 커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는데

아직 내 안에는 작은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마음 속에 숨어있다가,

불시에 나타나 나를 지배한다.


사랑받고 싶었던 아픈 아이


사랑받고 싶었던 작은 아이는

어른들의 무관심에 상처를 받았고,

그 무관심에서 어떻게든 바라봐달라고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열심히 했다.

글을 써서 상을 타고, 그림을 그려서 상을 타도

안되는 일, 사랑받기.


아이는 아팠다.

처음엔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아이는 마음을 몰랐다.

그래서 심장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리고 심장은 곧 멈추기라도 할 듯 더욱 강하게 아파왔고,

병원을 다니고 약을 먹고 그렇게 '아픈아이'가 되었다.


사랑해주고 싶었던 아픈 아이의 엄마


엄마는 바빴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무대포에 장남인 남편,

밑에 줄줄이 딸린 5명의 시누이, 시동생을 챙겨야했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 밤낮없이 일만 했다.

너무나 냉정하고 인색했던 시부모님과 남편이

너무 버거워 죽을 것만 같았다.

숨쉬기가 힘든 나날들이었다.

아이가 태어났고 사랑만 주고 싶었지만,

너무 바빴다. 그리고 아팠다.

자신을 보듬기에도 엄마는 어렸고, 약했다.

그래도 이것저것 곧잘 하는 아이가 기특했다.

머리 한 번 쓰담아주고 다시 일을 했다.

쉬고싶었다.

놓고싶었다.

그래도 참고 일을 했다.

나의 아이를 위해서.


아이가 아프다.

심장이 아프다고 한다.

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이 병원, 저 병원 뛰어다녔다.

원인을 모를 심장통증.

그렇게 엄마는 '아픈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아픔이 키워낸 아이

아이의 원인 모를 통증은

심장에서 시작해서

머리로, 허리로, 배로 옮겨다녔고

그때마다 아이는 조금씩 커져갔다.

아픈 아이는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덕지덕지 붙은 아픔들이

어느새 딱지가 되어 단단해졌다.

아이는 이제 다 나았다고 믿었다.

늘 활발했고 명랑했으며 씩씩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턴가 아이는

땅 속으로 꺼지는 경험이 시작되었다.

누군가 돌멩이를 던지듯 내뱉는 말에

아이는 풍선인형에 바람이 빠진 것처럼

하염없이 무너졌다.

일어날 수도 없고

고개를 들 수도 없고

숨을 쉴 수도 없었다.

그렇게 땅 속으로 꺼져버렸다.


다시 위로 올라오기까지는

너무도 많은 힘과 시간이 필요했다.

겨우 올라와 한숨돌리려 하면

어디선가 또 돌멩이가 날아와

아이를 땅 속으로 꺼지게 했다.


이 연속되는 상황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무서웠고 두려웠다.

그래서 아이는 돌멩이를 던지지 못하게

'착하고 여려빠진 아이'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기 시작했다.

나의 글과 그림으로 한 페이지 , 한 페이지를
채워가기.
담담하게, 그리고 진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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