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문방구
동생은 정말 재수가 없는 아이다. 어릴 때부터 엄마는 내가 동생에게 뭔가를 양보하길 바랐다. 과자를 먹다가 큰 소리라도 내는 날에는 엄마는 다툼의 원인이 된 과자를 전부 다 버렸다. 새우깡을 빼앗으면 새우깡을 버렸다. TV 채널 때문에 다투기라도 하면 리모컨을 냉장고 위로 올려버렸다. 엄마가 집을 나간 뒤로도 로봇 만화를 보고 있는 동생을 발견하면, TV를 보고 싶지 않더라도 꼭 리모컨을 빼앗았다. 동생의 눈은 크고 맑아서 더 화가 났다. 나는 동생의 시선을 피하며 TV로 시선을 돌렸다. "돌려줘" 동생이 조용히 말했다. 동생의 옷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캐릭터가 그려진 잠옷인데, 예전에는 내가 좋아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맞지 않는 옷이다. 작아진 뒤에는 그 옷을 동생이 입고 있다. 어울리지 않는 동생의 모습을 보더라도 웃을 수 없었다. 가난은 물건을 나눈다. 물건을 나누는 이유를 말해주는 부모가 없을 때부터 동생이 가엾게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다. 엄마가 떠난 뒤로 며칠 동안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동생은 울지 않는다. 밥을 잘 먹는다. 쉰 김치에 물을 말아 밥을 먹고 있는데도 맛있게 잘 먹었다. 나는 입맛이 없어서 깨작거리기만 했다. 입 안이 쓰라렸다. 동생은 어떤 상황에서도 만족하는 방법을 아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삶이 무겁다는 걸 나 혼자만 아는 것 같아 매일 마주치는 동생에게 짜증이 났다. 동생에게 짜증을 낼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지 말아야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가난이 내게 알려줬다.
동생이 내가 우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는 화가 더 많이 났다.
"박지안, 이 등신아 뭘 쳐다봐"
"누나, 엄마가 욕하지 말라고 말했어."
정말 재수 없는 아이다.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왔다. 문득 내일 학교 준비물 물로켓 조립상자가 떠올랐다. 비상금이 있었지만, 그걸 쓰고 싶지 않았다. 유나가 생각났다. 유나는 나와는 다른 아이다. 세운빌라가 아니라 이 동네에서 가장 좋은 우림아파트에 산다. 학교 앞에 있는 아파트에서 자랐고, 아빠가 술 마실 걱정 없이 매일 하루를 보낼 것이다. 학원도 여러 곳에 다닌다. 나는 늘 유나가 부러웠다. 종종 유나는 형제문방구에서 물건을 훔친다. 부족할 것 없는 유나는 훔친 물건들을 자랑하고 나나 친구들에게 나누어줬다. 만나자마자 물로켓 조립상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더니, 형제 문방구로 가자고 말했다. 문방구 안에는 연필과 고무 냄새가 가득했다. 내가 연필을 고르며 주인아저씨께 가격을 물어보는 동안 유나가 물로켓 조립상자를 두 개를 훔쳐 가방에 넣기로 했다. 유나가 손을 뻗어 조립상자를 가방에 넣는 동안 나는 연필을 보지 않고 유나의 손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너 지금 뭐 해?" 목소리가 들렸다. 주인아저씨가 유나에게 다가왔다. 눈빛이 날카로웠다.
"가방 열어"라고 말했다. 유나가 가방을 열었고, 조립상자 2개가 드러났다.
아저씨는 한숨을 쉬고 우리 둘 다 엄마를 데리고 오라고 말했다.
"너희들 어디 살아? 엄마 얼른 데리고 와"
"저는 우림아파트에 살고, 애는 세운빌라에 살아요."
유나가 엄마를 데리러 간 사이에 내가 말했다.
"엄마는...... 집에 없어요. 나간 뒤에 돌아오지 않고 있어요"
"없다? 그럼 여기서 무릎 꿇고 우림아파트 사는 네 친구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1시간 정도가 지나고 문이 열렸다. 유나의 엄마가 들어왔다.
주인아저씨가 유나 엄마에게 말했다.
"아마 세운빌라 애가 사모님 딸에게 시켰을 거예요. 세운빌라 애들이 자주 그래요. 엄마 불러오라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도 말을 안 듣네요."
나는 이해가 안 됐다. 분명 엄마는 집에 없다고 말했는데. 형제문방구 아저씨는 형제들과 함께 주공아파트에 살고 있다. 세운빌라보다 낫지만, 우림아파트보다는 못하다. 주공아파트 애들도 물건을 많이 훔친다. 심지어 우림아파트에 사는 유나가 친구들 중에 가장 많이 훔쳤다. 나는 이전에 형제문방구에서 그 어떤 물건도 훔친 적이 없었다. 웃기는 일이다. 웃어야 할 일인데 눈물이 났다. 아저씨가 나를 보고 말했다.
"도둑질하고 뭘 잘했다고 거짓말까지 해?" 세운빌라에 사는 가난한 애들 들으라는 듯 크게 말했다.
아저씨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말했고, 유나 엄마가 우리를 데리고 나왔다. 골목이 차가웠고, 유나는 멀리서 손을 흔들었다. 유나의 손이 흔들리는 만큼 하루를 견디기 위해 주먹을 꼭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