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 [시즌1] 3장. 관리되지 않는 질서

범죄는 왜 늘어나는가

by 밀리폭

1. “규범이 무너지는 순간, 사회 전체가 기울기 시작합니다.”


허미래는 노트북을 켜고

영상을 하나 보여주며 설명을 시작했다.


“몇 년 전 캘리포니아에서 벌어진 일들이 있어요.”


이한결이 바로 떠올렸다.


“월그린스 절도 영상…?”


“맞아요.”


허미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가 쓰레기봉투 같은 가방에

진열된 물건을 쓸어 담고,

자전거를 끌고 그대로 매장을 빠져나가는 장면.


직원들은 지켜보기만 했고,

경찰이 와도 ‘경범’이라는 이유로

체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나는 그 영상을 기억하고 있었다.


누가 잘못했고,

누가 막아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기묘한 무력감이

화면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허미래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플래시몹 절도요.

수십 명이 명품 매장에 들이닥쳐

몇 분 만에 물건을 털고 사라지는 사건들이

연달아 이어졌죠.”


이한결이 낮게 말했다.


“법이 있어도

집행되지 않는 사회….”


“그렇습니다.”


허미래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규범은 단번에 무너지지 않아요.

‘이 정도는 괜찮다’라는 무의식이 퍼지고,

그게 임계점을 넘으면

도시는 조용한 폭동 상태로 들어갑니다.”


나는 조용히 물었다.


“…그래서

당신이 본 기본소득 사회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뤘나요?”


허미래는

마치 이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노트를 펼쳤다.



2. 기본소득 사회의 특이한 규칙 – ‘범죄자의 몫은 정지된다’


“제가 경험한 기본소득 사회에서는

범죄에 대한 원칙이 아주 명확했어요.”


그녀는 한 줄씩 적으며 설명했다.


1. 범죄가 확인되면, 해당 개인의 기본소득은 즉시 정지된다.

2. 정지된 금액은 갱생·정신 및 중독 치료 비용으로 전환된다.

3. 국가는 기존 운영비만 유지하고, 질적 개선은 회수된 기본소득으로 충당된다.


이한결이 놀라서 되물었다.


“기본소득을… 끊는다고요?”


“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돈이 어디로 가느냐예요.”


허미래는 말을 이었다.


“그 돈은

정부 일반 재정으로 흡수되자 않습니다.

전부

**‘본인 갱생 계정’**으로 전환돼요.”


그녀는 잠시 멈췄다가 말했다.


자신이 받을 몫으로

자신을 뒤돌리는 구조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범죄자는 처벌과 동시에

기본소득을 잃고,

그 잃은 몫으로

자신의 교정과 치료를 받는다는 거네요.”


“맞습니다.”


허미래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이 제도의 핵심은

형벌 강화가 아니라

책임 명확화예요.

기본소득을 직접 받을 권리는

규범을 지키는 시민에게만 주어집니다.”



3. ‘국가재정 + 기본소득 회수금’의 이중 구조가 만든 변화


나는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국가가 기존 운영비를 줄여버리지는 않나요?

범죄자들의 기본소득으로는

부족할것 같은데요.”


허미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 사회에서는 이중 구조를 썼어요.”


국가재정: 인력, 시설 유지, 법적 최소 기준

기본소득 회수금: 치료, 심리상담, 재교육, 중독프로그램 등 개인 맞춤형 질적 향상


“국가 예산은

교도소의 ‘유지’까지만 책임지고,

회수된 기본소득은

‘개선’을 전담합니다.”


이한결이 말했다.


“…그럼

갱생 프로그램의 질이

실제로 올라가겠네요.”


“그렇죠.”


허미래는 조금 숨을 고른 뒤,

조금 미소를 띠며 덧붙였다.


“재범률이 눈에 띄게 떨어졌고,

중독 치료의 성공률도 함께 올라갔어요.

처벌보다 회복에 집중한 구조가

결국 사회 전체 비용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졌죠.



4. 작은 죄를 단호하게 다루는 이유


“이 시스템이 자리 잡은 뒤

사람들은 ‘작은 범죄’라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허미래는 잠시 말을 고른 뒤 말했다.


“금액의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남의 것을 가져갔다는 행위가 아니라,

남에게 피해를 줬다는 사실 자체가

사회적 규범을 무너뜨리기 시작하는 지점이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죄를 그냥 넘기면

사회 전체가

‘그 정도는 괜찮다’고 오해하게 되니까요.”


“맞아요.”


허미래는 이렇게 덧붙였다.


“교도소 과밀문제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가석방과 비구금 처벌이 확대됐지만,

기본소득 도입 이후에는

다시 질문이 바뀌었어요.”


“‘언제 풀어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다시 죄를 짓지 않게 할 것인가’로요.”


그래서 그 사회는

작은 범죄도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다만 그 방식은

파괴가 아니라

갱생이었다.


“규범은

강한 처벌로 회복되지 않습니다.”


허미래는 그렇게 말했다.


명확한 책임에서

되살아납니다.”



5. 증언 3 – “범죄자의 기본소득을 회수해, 범죄자의 미래를 다시 만든다”


허미래는 다시 한 줄을 적었다.


증언 3.

기본소득 사회에서는

범죄자의 기본소득을 정지하고

그 몫을 갱생·치료·교정에 사용한다.


그리고 조용히 덧붙였다.


“그러면

사회는

‘작은 틈’부터 무너지지 않게 됩니다.”


나는 그 말이

로비스트 공화국 문제에서 시작된 질문에 대한

자연스러운 답이라는 걸 깨달았다.


정책이 왜곡된 사회

규범이 흐려진 사회 →

규범을 회복하려는 새로운 제도


허미래의 세 번째 증언

도시를, 사회를,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단호하지만

분명한 온기를 가진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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