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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민아 May 15. 2020

희망의 메시지

노년이 불쑥 어깨 위에 올라앉았다.    

    

치열한 시간 속에서 꿈을 키워가며 허겁지겁 세차게 달려왔고, 지금도 여전히 멈추지 않고 마음 안에 열정을 품으며 삶을 붙잡고 있는데 어느새 찾아온 인생의 황혼. 생의 저물녘 노년이 바쁘게 앞서고 있다. 씁쓸한 내 자화상에 몸과 마음이 아프다.  

   

카톡 문자 하나를 받았다.    

 

‘유엔이 발표한 새로운 연령 구분’이라는 제목하에 인간의 평생 연령을 5단계로 나눈 문구가 도표에 표시되어 있었다. 0-17세까지는 ‘미성년자’, 18-65세까지는 ‘청년’, 66-79세까지는 ‘중년’, 80-99세 까지는 ‘노년’, 100세 이후는 ‘장수 노인’. “칠십 대를 중년이라 하니 기분은 좋습니다. 씩씩하게 생활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친절한 문구가 곁들여 있었다. 세계가 인정하는 기구인 UN에서 전 세계 인구에게 보내는 메시지치고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었다. 무엇보다 중년을 늘려 준다는 내용이 반가운 대목이었다. 칠십 줄에 들어서면서 노년으로 살고자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 회심한 나에게 얼핏 희망의 밝은 빛이 반짝 스치고 갔다. 세월이 깊어 가면 희망과의 격차도 벌어지는데, 다시 젊은 티 내면서 새 삶을 움켜잡고 싶은 의지도 흘끗 솟았다. 인생 백 세로 가는 길이 가까워져 올수록 나머지 여분의 삶이 급하게 느껴지면서 세월을 놓치는 것이 아닌가 초조했다. 

    

이제 노년의 기간을 조금이나마 먼 거리로 떼어놓아 준다 하니 한시름 안도하며 시간을 후퇴시킨다. 쌓여가는 삶의 여정에서 많은 것이 상실되는 아픔이 깊어져 주눅이 들고 있는 내게 선물로 받은 별도의 세월이다. 젊음에 머무르면서 활개를 치고 생동감 있게 생활하라고 연령을 구분을 지어준 UN에 감사한다. 젊음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이기에 내가 존재하는 인생의 참 의미를 깊이 되새겨 본다.


‘청춘은 인생의 어떤 시절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이다. 청춘은 때때로 20세의 청년보다 70세의 노인에게 존재한다.’ 어느 시인의 시구가 오늘따라 진실되게 가슴에 와 닿는다. 노년인 줄 알았는데 엉겁결에 중년으로 둔갑하였으니 새로 받은 보너스 시간을 아껴가며 아직 멀리에 있는 백 세에 도전하면서 신나게 살아봐야겠다. 

    

이 기분 좋은 도표를 보면서 선뜻 아들 생각이 났다. 40대인 아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 싶어 얼른 핸드폰으로 전송했다. 불혹의 나이에 들어선 아들에게 아직은 혈기가 왕성한 청년이라고 인식시켜주고 싶었다. 어느새 사십을 훌쩍 넘은 아들이 나이를 의식하면서 의기소침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던 참이었다. 요즘 들어 많은 일이 산적해 있어 힘들어하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아들에게 젊은 청년의 패기를 펼치며 의기양양하게 활기를 찾으라고 응원하고 싶었다. 한풀 기세가 꺾인 풀 죽은 중년이 아니라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미색 출중한 싱싱한 청년이라는 희망을 전하며, 지금 새파란 시기에 머물러 있으니 맘껏 활개를 펴고 기탄없이 아름다운 도전을 하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부디 세월에 아파하지 말고 팔팔하게 풍요를 누리며 살아 달라고도 주문한다. 


문자가 왔다.

“네, 엄마. 우리 함께 청년 중년 하면서 힘차게 살아요.” 

        

우리 모자는 유엔이 발표한 연령 구분을 가장 적절하게 실천하는 모범인으로서 백 세 장수 노인을 겨냥하며 후회 없는 참다운 인생을 살 것이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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