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란과 예루살렘의 지위와 '국경 개방'

설명하는 나도 어렵고, 듣는 사람도 어렵고..

by Military Nomad

시리아에서 이스라엘로 넘어올 때 통과한 경계, 우리가 Quneitra Crossing 이라고 부르는 지점은 일반적인 '국경'이 아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6일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골란고원은 국제적으로 시리아 영토로 간주되며, 유엔 안보리 결의 497호(1981년)는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합병 선언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골란고원을 자국의 영토로 관리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는 가볍게 세어봐도 대략 20곳이 넘는 키부츠들이 오랜 시간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스라엘은 이곳을 드나드는 유엔 평화유지군에게도 입출국의 일환으로 여권과 비자를 요구한다. 국경과 마찬가지로 시리아 본부에서 이스라엘쪽으로 넘어오는 임무단의 인원들은 면세한도도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주류 2리터 등등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이스라엘이나 서구권에 호의적인 과도 정부가 들어선 지금, 대부분의 버퍼존을 이스라엘에 통제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시리아로 넘어갈 때는 짐 검사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전에는 히브리어가 써있는 어떠한 물건도 시리아로 가져갈 수 없었다. 당연히 이스라엘 비자가 부착되어 있는 여권도 시리아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나는 외교부의 예외적 승인을 받아 관용여권과 개인여권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리아는 이 경계를 국경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비자나 여권을 검사하지는 않고 유엔(임무단) 아이디만 확인하고 면세한도? 같은 것도 적용되지 않는다.


비슷하게, 예루살렘 역시 국제적으로 논쟁적인 지위를 가진 도시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전체를 수도로 주장하지만, 국제사회는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으로 간주하며 대사관들도 대부분 텔아비브에 위치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트럼프 1기 때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영토로 인정하고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바 있다. (예루살렘에도 흥미로울만한 이야기들이 많지만 이건 다음으로 미뤄보자. 지금 현지 대학원에서 Politics of Jerusalem 이라는 수업을 듣고 있는데 흥미로운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이처럼 골란과 예루살렘은 모두 법적으로는 '점령지', 실제로는 이스라엘이 '통제'하고 있는 지역으로, 유엔 평화유지 작전이나 외교적 절차에서 반복적으로 긴장과 충돌을 야기한다. 임무단의 일부는 메일 서명에 'Israeli Occupied Golan'을 넣기도 한다. 그러나 한번은 우리 사무실의 '국경개방'을 담당하는 아르헨티나의 친구가 메일 서명에 'Israeli Occupied Golan' 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가 이스라엘군의 항의를 받고 삭제해야 했던 일도 있었다. (물론 국제적으로는 이스라엘 점령 골란고원이 맞지만, 우리가 실질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이스라엘군과의 관계에서는 민감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자, 이러한 이유로 이스라엘 점령 골란고원에서 일년 반 넘게 지내고 있는 나는 좀 복잡한 상태인데, 입출국은 '당연히'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위치한 '벤구리온 공항'을 통해 하고 있고, 이스라엘 셰켈을 쓰고, 이스라엘 마트를 다니고 있지만, (유엔 소속으로 파병중인 내가 영사 조력을 받을 일은 없겠지만) 만약 내가 영사 조력을 받아야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나는 시리아에 체류 중인 것이기 때문에 시리아를 관할하는 레바논 주재 한국대사관의 관할을 받는다. (레바논 가려면 '국경' 내지는 '준국경'을 두개나 넘어야 한다.) 심지어 선거는 또 텔아비브 이스라엘 대사관가서 했다. ㅎㅎㅎ 듣는 사람 입장에서나 설명하는 내 입장에서도 복잡하고 해서 나도 에지간하면 그냥 "시리아에 있다"고 하거나 "이스라엘로 간다"고 단순화해서 말하곤 한다.


실제 현 상황 관련해서 이스라엘 여행경보가 상향되고 있지만, 이스라엘 여행경보에 국제적으로 시리아의 영토로 간주되는 골란고원은 포함되지 않는다. 시리아 여행경보는 굳이 필요가 없는 것이, 시리아는 이미 여행'금지' 국가라 우리나라 국민이 승인 없이 시리아를 방문하면 법에 의해 '처벌대상'이 된다. (그러고보니 골란고원 상단에 왜 색이 들어가 있을까. 저기는 이스라엘 관할이 아닐텐데.. 흠..)


이렇듯 Quneitra Crossing을 한국어로 번역할 때 고민이 많았다. 실질적 의미에 가장 근접한 표현은 ‘국경 개방’이지만, 이곳은 국제법적으로 국경이 아닌 지역이다. 결국 ‘현실과 법적 인식의 간극’ 속에서 우리는 외교적으로 절충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작은 경계선이야말로 국제법과 군사 현실, 외교적 이해가 맞물리는 복합적 현장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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