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 호아킨!

첫번째 작별, 이어지는 인연

by Military Nomad

임무를 시작한 지도 한 달이 채 안 된 12월. 그때 우리는 첫 번째 작별을 맞이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호아킨, 아르헨티나 해병대 장교 출신으로, 임무단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능숙하게 업무를 주도하던 친구였다. 사실 내 파병이 임무단에 공식적으로 전달되었을 때, 제일 먼저 나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 바로 호아킨이었다. 링크드인으로 친구 신청을 해왔고, 숙소 사진, 주둔지 사진, 심지어 바이오 작성 등 갓 임무단에 합류할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만한 정보를 정리해서 보내주었다.

어찌 보면 나의 빠른 적응에는 호아킨의 역할이 제일 컸다.


그는 아르헨티나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병 장교로 임관한 똑똑하고 논리적인 사고와 부드러운 리더십을 갖춘 친구였다. 하지만 악화된 아르헨티나의 경제 사정으로 군인 월급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호아킨은 결국 군을 떠나 지금은 유엔 발룬티어(UNV)로 콜롬비아에 파견돼 있다.


예전에 한 번은, 아르헨티나 주재 한국 대사관의 현지직 채용 공고가 났을 때 호아킨이 지원을 했고, 내게 추천서를 부탁한 적이 있었다. 나는 정성껏, 그가 얼마나 믿을 만한 인재인지 진심을 담아 써서 보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대사관은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정말 좋은 인재였는데 말이다.


호아킨의 송별 모임은 골란고원 북부에 위치한 ‘마즈달 샴스(Majdal Shams)’에서 열렸다. 드루즈 공동체의 중심지이자, 이 지역 특유의 복잡한 정치적 지위를 상징하는 마을이다. 드루즈는 이슬람에서 갈라져 나온 독립된 종교 집단으로, 이스라엘, 시리아, 레바논 등지에 흩어져 있지만 마즈달 샴스 주민 대다수는 시리아 국적을 유지하며 이스라엘 시민권을 거부해 온 사람들이다. 지리적으로는 이스라엘이 실효 지배하는 골란에 있지만, 정체성은 시리아와 맞닿아 있는 독특한 마을이다. 일부 이스라엘 국적을 받거나 이스라엘군에 입대하는 등 비교적 협조적인 케이스도 꽤 많이 있다. (넷플릭스 파우다 Fauda 에도 마즈달 샴스 출신의 요원이 나온다.)


그 마을 중간에 ‘버거플레이스(Burger Place)’라는 맛집이 있다.
주둔지에서 차로 약 45분 거리, 고기에 진심인 우루과이 출신 로드리고가 "이 동네 최고의 버거"라고 단언한 바로 그곳. 이스라엘 외식 물가가 말도 안 되게 비싼 상황에서 맛은 물론, 가격도 비교적 합리적이다.

직원들도 친절하고 유쾌해서, 가끔 기분 전환 삼아 방문하기에도 좋다.

다만 문제는, 가는 길이 온통 오르막이라는 점. 수동 기어에 익숙치 않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신호등에서 멈추는 순간이 공포가 되는 그런 경사길이다. 게다가 사람은 어마무시하게 많다. 차도 사람도..


맛있는 수제 버거에 맥주 한 잔, 그리고 주고 받는 마지막 선물.
다들 그 동안의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앞날을 응원했다. 호아킨은 특유의 너그러운 웃음으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고, 우리는 그가 앞으로도 어디서든 잘 해낼 거라는 걸 다 알고 있었다.

파병지에서의 이별은 언제나 조금 더 진하다. 전우애라고나 할까.
같이 온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동료가 귀하고, 언어와 문화의 벽 속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 하나가 곁에 있다는 건 정말 큰 위안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호아킨은 떠났고, 나는 그가 내게 보여준 태도와 배려를 기억하고 있다.
이후에 새로 들어오는 연락장교들이 있을 때마다, 나도 호아킨처럼 먼저 손을 내밀고, 정보를 나누고, 도움을 주고자 노력한다.
그게 우리가 파병지에서 서로를 기억하고, 연결되는 방식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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