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 연장을 결심하다

골란, 한게임 더!

by Military Nomad

유엔 파병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부대파병과 개인파병. 부대파병은 동명부대나 한빛부대처럼 한국군에서 임무단 단위로 파병되는 형태로, 주로 8개월의 임무 기간을 가진다. 과거에는 6개월이었으나, 8개월로 늘었다. 이에 반해, 개인파병은 특정 직책에 개인이 선발되어 파견되며 1년이 기본 기간이다.


예전에는 이 개인파병도 연장이 거의 불가능했지만, 최근에는 큰 사고만 없다면 본인의 의사에 따라 대부분 연장이 가능해졌다. 나 역시, 작년 진급에서 큰 기대를 하고 있지도 않았고, (개인파병 인원이 차 계급으로 진급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진급적기도 사실상 끝났기 때문에 여기에서 전역 준비를 체계적으로 하면서 마무리해보자는 마음으로 연장을 신청했다.


연장 절차는 단순하지 않다. 한국에서 유엔 주재 한국 대표부로 연장 승인 공문이 먼저 전달되고, 다시 DPO(Department of Peace Operations), 그리고 마지막으로 임무단에 DPO의 문서가 도착해야 최종 확정이 된다. 이 연장 확정이 왜 중요하냐면, 임무단의 휴가는 한달에 2.5일씩 주어지는데, 임무 종료일이 늘어나면 당연히 휴가일수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에서 대표부로 문서를 보낸 지 오래 지났는데도, 임무단으로부터는 아무런 소식이 없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나보다 늦게 연장 신청한 다른 임무단의 인원들은 이미 연장이 결정된 상태였다. 설마 누락됐나 싶어 대표부에도 확인을 요청하고, 임무단의 인사참모에게도 여러 차례 물었지만 답은 없었다. (나중에 인사참모 휴가때 대리로 임무를 수행한 온 지 얼마 안된 선임 인사장교?가 DPO로 직접 확인하고 나서였다. 본국의 대령이지만 중령 계급으로 임무단에 온 인사참모는 DPO에 메일 한통 보낸적이 없었다.)


결국, 무려 한 달이 더 걸린 끝에 내 연장도 최종 승인되었다. 이로써 나는 총 2년간의 파병을 하게 된 셈이다. 한국군에서도 한 개 직책을 1년 반 이상 맡아본 적이 거의 없는데, 이 임무는 무려 2년. 과연 이 선택이 후회 없는 결정이 될 수 있을까.


이제 나보다 4개월 정도 먼저 온 참모장 일행이 7월에 떠나면 민간 직원을 제외하고 임무단에 가장 오래 있는 참모장교가 된다. 첫 한국군이자 가장 오래 있는 한국군. 농담삼아 한국의 친구들에게는 스스로를 '골란 고인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그 별명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처음 왔을 때는 GPS 없이는 어디도 갈 수 없었는데, 이제는 웬만한 목적지는 맵도 켜지 않고 다닌다. 각 마트의 운영시간부터 어디에 뭐가 있는지까지, 안 가도 설명해줄 수 있을 정도다. 누군가 "어디에 뭐 있는데"라고 하면 "아 거기!" 하면서 설명만 듣고도 어디인지 안다. 한국에 있는 우리 동네보다 여기를 더 잘 아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재밌는 것은 가끔씩 새로 온 친구들이 작년 이맘때 어땠는지를 물어보는데, 이를 설명해주고 할 때 동료들은 나한테 벨푸어 선언도 현장에서 본 거 아니냐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역시 골란의 고인물.. ㅎ


진급 여부와는 무관하게 이미 일년을 훌쩍 넘기고 추가로 주어진 일년의 반도 지난 지금, 나보다 먼저 떠나는 동료들을 보면 나도 역시 집에 가고 싶기도 하고 새로온 인원들과 새로 손발을 맞추자니 스트레스도 받고 짜증도 나긴 하지만, 일년 반 동안 중동의 격변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200% 만족한다. 연장을 하기로 하면서 현지 대학에서 중동 전공을 시작하기도 했고.. 이 글 역시 현장에서의 경험과 배움을 어떻게 남길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이다. 언젠가는 여기 브런치글을 엮은 책이랑 중동에 대한 전문서적을 한번 써보고 싶은데.. 공부를 좀 많이 해야 할듯하다. (이전에 지금 할게 너무 많다. 박사 논문, 석사 과제들.. ㅠ.ㅠ)


아무튼 그렇게 나는 정말로 '한게임 더'를 선택했다. 2년이라는 긴 여정의 끝에서 과연 어떤 나를 만나게 될지, 그 꽉 채운 2년이 지난 후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이제 그 마지막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제 채 반년도 남지 않은 지금,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최대한 많은 추억을 쌓고 많은 것을 남겨보려고 한다.

다음 시리즈 약스포 동명과 한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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