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유지군들의 특별한 문화 교환

국적은 달라도 축제는 함께

by Military Nomad

파병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다양한 문화를 한곳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안타깝게도? 내가 있는 이스라엘쪽 캠프는 인도, 피지부대랑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아주 적고 소중한 우리 참모들만 있기 때문에 임무단을 구성하는 다양한 나라를 모두 경험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피지랑 인도는 빠지지 않고 챙기고 있다.


먼저 기독교와 카톨릭 신자가 절대 다수인 피지는 당연히 성경과 관련이 있는 기념일을 챙기고 피지 국경일, 그리고 소소하게는 거의 매주 금요일 마다 카바타임을 가지고 있다.


가장 먼저 겪었던 것은 역시 피지부대의 크리스마스 파티였다. 적도 지역에서 온 친구들답게 겨울에 에스키모 같은 옷 안에 총천연색 피지 느낌이 물씬 나는 단체티를 맞춰 입고 식당에서 행사를 했다. 크리스마스 선물도 추첨해서 나누고 피지의 전통 음식도 함께 나누는 즐거운 행사였다. 피지식으로 제대로 구운 감자와 생선이 정말 맛있었는데, 특히 생선구이는 지금 생각해도 군침이 돈다. 다만 배가 너무 불러서 코코넛 밀크를 넣고 야자나무 잎에 싸서 요리한 생선을 못 먹은 게 지금도 아쉽다. (자주 안하고 큰 행사 있을 때에만 땅을 파서 뜨겁게 달군 돌 위에 요리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 지구촌 영상 그대로..) 늘 유쾌한 피지 친구들은 태어날 때부터 파트를 분배해놓고 노래를 부르는 듯한 신기한 합창 실력을 자랑한다.


요즘도 가끔 가는 카바타임. 카바는 피지의 전통 음료인데 듣기로는 뿌리를 말려서 가루로 만들고 이걸 물에 개어 마신다. 흙빛에 맛도 흙맛 (흙을 먹어보진 않았지만 딱 상상하는 그 흙맛). 딱히 맛이 있거나 하지는 않는데 진정작용? 같은게 있어서 마시면 혀가 얼얼해지면서 마비되는 느낌이 들고, 많이 마시면 졸려진다(고 한다. 나는 한번도 졸려진 적은 없다). 이 카바를 마시는 전통이 흥미로운데, 일단 상급자와 피지부대 안의 각 부족을 대표하는 대표자들이 상석에 앉는다. 손님도 당연히 상석이고. 카바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먼저 상급자(우리로 치면 임석상관)와 부족 대표에게 먼저 카바를 권하고 그들이 먼저 마시면 그 다음에 우르르 모여들어서 카바를 코코넛 잔에 담아 손님들에게 전해준다. 카바를 받아든 사람들은 박수를 천천히 짝.짝.짝 세번을 치고 호스트에게 잔을 들어 감사를 표한 다음에 마신다. 이렇게 마시고 나면 카바를 가져다 준 사람이 또 박수를 세번 쳐준다. 이렇게 카바타임을 다같이 모여서 크게 할때는 피지부대의 밴드 친구들이 음악도 연주하고 노래도 부르고 (피지 사람들 노래 진짜 잘한다. 목청이 남다르다.) 춤도 추고 한다. 술 없이도 잘 노는 사람들이다.


다신교인 인도 역시 따라가다 지칠 만큼 축제가 많은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건 홀리다.

작년 홀리때는 아침에 깨워져서 납치되다시피 인도부대 숙소 근처로 끌려가서 가자마자 맥주 한잔 마시고 시작했다. 색색의 식용색소를 온몸에 뿌리고 물을 들이 붓고 모닥불 앞에서 춤추고 즐기는 사람들. (사실 홀리가 무슨 날인지는 모르겠다. 어떤 신을 기념하는 걸텐데.. 솔직히, 너무 많다.) 올해 홀리는 기가 막히게 레바논에서 근무하는 동기가 이스라엘쪽으로 잠시 넘어와 있게 되서 이 친구를 데려다가 마치 원래부터 같이 있던 사람들처럼 너무 재밌게 놀았다. 피지부대 친구들은 새로 손님이 왔다고 홀리 행사가 끝나고 나서 카바를 경험시켜주겠다고 준비해주었다. 잘 놀아준 내 동기도, 따뜻하게 맞아준 우리 친구들도 너무 고마운 사람들이다.


얼마전에는 아침 댓바람부터 인도부대 요가데이 행사에 끌려 나갔다. 중학교 무용시간에 친구들한테 거의 브레이크 댄스를 춘다고 들을 정도로 뻣뻣한 나인데, 결국 한 두어 동작 따라하다가 포기했다. 난 틀렸어. 먼저가..


이런 행사 말고도 이스라엘군에서도 가끔 샤밧 디너에 우리를 초대하기도 한다. 샤밧은 유대 안식일인데, 미리 샤밧 음식을 준비해놓고 안식일 당일에는 요리도 하지 않고 미리 준비한 샤밧 음식을 가족, 친구들끼리 나눠먹는다. (물론 이스라엘군은 정통 유대인 말고는 그냥 다같이 모여서 먹는 샤밧의 성격이 강하다.) 심심하게 튀긴 생선이 맛있었다. 물론 평소 긴장된 상태에서 대화를 하다가 좀 풀어진 상태의 이스라엘군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덤.


가끔은 좀 외롭기도 하고 나도 주변에 한국군이 있었으면 한다 (막상 있으면 또 귀찮을듯도 하다.) 부대 파병의 경우는 한국 명절이나 메달 퍼레이드때 외국군들을 초대해서 전통무술도 보여주고 한국 음식도 부페처럼 준비해서 같이 축제를 즐긴다. 허나 여기 한국군은 1,000 여명 중 나혼자. 가끔 한국 음식을 만들어서 같이 먹기는 하지만 인도나 피지처럼 혼자서 뭔가를 준비하기는 너무 힘들고, 한국의 즐거운 축제문화를 전파도 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 여기서 연등을 만들 수도 없고.. 한복을 입고 혼자 부채춤을 출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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