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와인 이야기

술에 진심인 평화유지군

by Military Nomad

테이스팅을 전문적으로 하는건 아니지만, 나는 와인을 좋아한다. 물론 공무원 수입으로 한 병에 수십을 호가하는 후덜덜한 와인들을 사서 마실 수는 없지만, 내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왠만하면 다양한 와인을 마셔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와인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와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Bargylus 와인! 시리아 내전이 한창일때 시리아의 포도를 택시 트렁크에 몰래 실어 레바논으로 옮긴 후 레바논에서 만든 와인이다. 한국에서는 당연히 구할 수 없고, 독일, 미국 같은데서는 간간이 구할 수 있는 걸로 안다. (독일에서 팔길래 독일에 있는 전역한 동기한테 세금 낼테니 보내달라고 했는데 소식이 없다.. 크흡)


물론 국경 하나면 넘으면 바로 레바논이긴 하지만, 그 국경은 우리를 위해 열리는 국경이 아니다보니 (로쉬 하니크라라는 지중해에 연한 레바논-이스라엘 사이의 국경이 있다. 유니필이 사용하는 국경) 내가 만일 레바논으로 가려면 시리아로 넘어갔다가 시리아에서 국경을 넘어 레바논으로 들어가야한다. ㅠ.ㅠ 너무 멀다.. 가격대는 예전에는 20-30 달러대였던걸로 아는데, 저번에 크리스마스때 이집트 여행을 같이 했던 후배가 사오기로는 지금 한 5-6만원대로 올라갔다고 들었다.


레바논 와인은 진심으로 값도 저렴하고 품질도 매우 좋다. 레바논에 두번째로 파병갔을때는 와인 배달 사이트를 찾아서 가격대가 저렴한 다양한 와이너리의 와인을 주둔지로 주문해서 사무실 동료들이랑 품평회 비슷하게 하기도 했는데, 80-90%가 만족스러웠다. 한병에 1-2만원이면 충분히 고품질의 와인을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에 유명한 레바논 와인은 크사라나 샤토 무사르이지만, 나는 케프라야를 제일 선호한다. 헤리티지 라인도 괜츈)


이스라엘 와인은 예전에 한국에서 이마트였나? 에서 한번 접한 기억이 있는데,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도 그 브랜드의 와인은 마시지 않는다. TABOR 였던듯..)


이스라엘 물가는 늘 이야기하지만 진심 후덜덜하다. 그런 후덜덜한 물가에도 와인 만큼은 그 품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맥주보다는 싸다. 일단.) 마트에서 가볍게 마실만한 와인은 흔히 1-2만원 선에서 구할 수 있고 (30셰켈 가격대, 한화로 1.2-1.6만원 정도?), 품질도 기대 이상이다.


한국 들어갈 때 선물로 딱히 살 게 마땅치 않은 이스라엘에서, 와인은 거의 유일한 선택지다. 특히 기독교나 가톨릭 신자분들께는 예루살렘, 갈릴리 같은 라벨이 붙은 와인들은 항상 환영받는다. (병당 1-2만원 선으로 사가서 관세 40% 정도 내도 은근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와인들이다보니 선물용으로 굉장히 좋다.)


아래는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이스라엘 와인들이다. (이미지는 모두 구글 검색 결과)


1. Jerusalem W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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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와이너리는 (당연히!) 예루살렘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와인이고, 라벨에 예루살렘의 상징적인 이미지들이 들어가 있어 선물용으로 아주 기가 막힌다. 특히 기독교나 가톨릭 신자분들께는 종교적 의미까지 더해져 더욱 의미 있는 선물이 된다. 가격은 1-2만원 정도 되고 (마트에서 3병에 100셰켈 행사할 때도 있다), 다시 한번! 이스라엘 물가 치고는 굉장히 합리적한 가격의 와인임에도 맛이 나쁘지 않다. 코르크를 덮고 있는 커버를 벗기기 쉽게 탭이 들어가 있어서 매우 선호하는 와인이다. 가끔 약품맛이 날 때도 있는데 이건 기분 탓인지 잘 모르겠다.


2. Tul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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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란고원에 있는 부티크 와이너리다. 그렇게 대규모 와이너리는 아닌데, 이 동네 마트에서 자주 보여서 종종 마신다. 가격은 그래도 좀 중간 이상대(병당 3-4만원 정도) 하고 맛도 괜찮은데 라벨이 그닥 임팩트가 없어서 개인 소장 내지는 맛볼 목적으로 한두 병 정도 한국 집에 가져다 둔 상태다.


3. Gali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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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란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갈릴리 호수가 나오는데, 성경에 나오는 그 유명한 갈릴리 지역의 대표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이다. 예수가 물을 포도주로 바꾼 기적이 일어난 가나 혼인잔치도 이 지역이고, 갈릴리 호수에서 제자들과 고기를 잡던 그 갈릴리다. 라벨 + 가격 (1.5만원 정도?) + 맛 모두 선물용으로 그만인데, 시즌이 있는 건지 마트에서 매번 보이지는 않는다.


4. Gam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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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로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와이너리 그룹이라고 알고 있는 '골란' 그룹에서 생산하는 와인으로, 이 와이너리 그룹에서 생산하는 와인 종류가 어마무시하다. 골란, 감라, 갈릴 등등... 그중에서 중간급 정도의 와인이다. 감라(Gamla)는 골란고원에 있는 고대 유대인 요새 유적지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로마와 맞서 싸우다 집단자결한 역사적 장소다. 이스라엘 와인 중에 재미있는 것은 메를로와 까베르네를 섞거나 다른 품종들을 섞어서 내는 와인들이 많은데(메를로, 까베, 쉬라 다 섞은 와인도 있다) 처음엔 이게 뭐야? 했는데, 은근 또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가격은 좀 하는데 맛으로는 가장 선호하는 와인이다.


5. Yat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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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인도 제법 가격이 있는 편인데 (4-5만원), 찾아보니 네게브 사막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드는 와인이라고 한다. 사막에서 여기까지 거리가 있는데, 마트에 꽤 자주 있는 와인 중 하나다. 이것도 약간 일본 느낌 나는 심플한 라벨이라 한국에 개인 소장, 내가 마실 목적으로 한두 병 넣어뒀다.


6. Judean He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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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베들레헴 인근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맛도 맛이지만, 일단 선물용으로는 라벨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것도 꽤나 선물용으로 선호하는 와인이다. Judean Heights 라는 명칭이나 라벨이 정치적으로 그닥 바람직한 명칭은 아니지만, 라벨 디자인도 고급스러워서 선물받는 분들의 만족도가 높다. (2~3만원대)


7. A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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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진짜 잘 안 보이는 와인인데, 맛이 좋아서 보일 때마다 사서 쟁여놓는 와인이다. 'Adom'은 히브리어로 '빨간색'이라는 뜻인데, 찾아보니 소량 생산되는 부티크 와이너리의 프리미엄 라인이라고 한다. 그래서 마트에서 보기 어려운 듯하다. 역시나 가격대는 좀 있는 편이지만 그만한 값어치는 한다.


8. Taybeh winery 의 Nadin (팔레스타인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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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딱 한 번! 맛본 팔레스타인 와인이다. 예루살렘 주류판매점에서 보고 '팔레스타인 와인이라니!' 하면서 사서 마셔봤는데, 맛도 나쁘지 않았다. Taybeh는 팔레스타인의 유명한 맥주 브랜드이기도 한데, 와인도 생산하고 있다. 이거 말고도 베들레헴이나 웨스트 뱅크 지역 시내에 들어가면 소규모 와이너리에서 만든 와인들을 팔고 있긴 하다 (라벨이나 이런것들이 세련되고 깔끔하게 붙어 있지는 않은데 기념삼아 시도해 볼만은 하다).


와인에 대해서만큼은 종교 물자로 간주해서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신기한건 같은 와인도 동네 마트가 면세점보다 싸다. 면세점에는 주로 라벨이 화려하거나 고급 라인 위주의 와인들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고, 동네 마트에서 사는 와인들이 가성비가 훌륭한 것들이 많은 느낌이다.


일단 추천하는 와인은 위에 한 8종 정도 올리긴 했지만, 이보다 더 저렴한 라인의 Galil 와인도 훌륭하고 (작년보다 좀 비싸졌다.) Tishbi, Tapperberg, Carmel, Barkan 와인도 가볍게 마시기엔 매우 좋은 와인들이다.


이스라엘을 방문하거나 이곳에서 생활할 기회가 있다면, 와인만큼은 꼭 경험해보기를 추천한다. 특히 선물용으로는 Jerusalem이나 Galilee 같은 성경 지명이 들어간 와인들이, 개인 소장용으로는 Gamla나 Adom 같은 고품질 와인들이 좋은 선택이다. 그리고 마트에서 파는 와인이 면세점보다 훨씬 합리적이라는 것도 잊지 말자.


(아.. 글 다 쓰고 나니 급 와인이 땡긴다. 나가기 귀찮은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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