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려라, 잠들 것이다!

낮잠대전의 발발

by 이꺽정


신생아 육아의 여러 난제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나를 애타게 만드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낮잠 재우기’다. 처음에 아기는 잠이 와도 혼자 잠드는 법을 몰라서 엄마 아빠가 재워줘야 한다는 육아책의 내용이 얼마나 웃기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지, 나중에 지나고 보니 혼자 침대에 눕혀두면 딴생각을 좀 하다가, 정 잠이 안 오면 휴대폰을 뒤적이다 잠드는 나처럼 스르륵 아기가 잠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한 나의 무지함과 순진함이 더 웃겼다.

낮잠 재우기는 타이밍이 생명이었다. 너무 금방 재우면 잠이 오지 않아서 잠들지 않고, 그렇다고 또 너무 늦게 재웠다간 피로가 쌓여서 더 쉽게 잠들지 못하는, 정확히 잠이 오는 그 순간을 겨냥해야 하는 섬세한 작업이었다. 초보 엄마의 잠 감지 센서란 그 성능이 형편없어서, 지금이다! 확신을 가지고 의기양양하게 침실로 들어갔다가도 계속 우는 아기를 들쳐 안고 다시 나오는 게 일상이었다.

낮잠을 자지 않으려는 자와 어떻게든 재우려는 자의 낮잠 대전은 그렇게 발발했다. 낮잠을 어떻게 잘 재울 수 있을까 여기저기 좋은 방법을 찾아 헤맸다. 백색소음을 틀어주면 잘 잔다, 짐볼 위에서 아기를 안고 통통 바운스를 주면 잠든다, 엄마가 안고 토닥이는 게 최고다 등등, 많은 엄마아빠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찾아 읽으며 이것저것 시도해 보기 바빴다. 그 과정에서 숱한 실패를 맛보고, 때로는 더 이상 낮잠전쟁에 임할 기력이 없어서 싸울 의지를 잃은 패잔병처럼 아기를 품에 안고 인간 침대가 되기를 자처하기도 했다.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며 엉터리였던 잠 감지 센서도 성능이 어느 정도 업그레이드되고, 아기에게 통하는 잠을 부르는 필살기를 하나 찾았으니 그것은 바로 엉덩이 두드리기! 예전에는 너무 조심스러워서 엉덩이를 약하게 토닥였었는데, 빠르게 팡팡팡팡 두드리니 아기가 금방 스르르 잠이 들어주었다. 그 방법을 알게 된 뒤부터 낮잠을 부르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열심히 엉덩이 두드리기에 열을 올렸다. 목탁을 두드리는 스님처럼, 열심히 다듬이방망이질을 하는 옛날 아주머니들처럼 성실하게 두드리니 낮잠의 문이 제법 쉽게 열렸다. 아기가 쉽게 잠들지 않고 칭얼거려도 낮잠은 반드시 온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엄마가 이기나, 아기가 이기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매 전투에 치열하게 임했다. 대체적으로 엄마의 승률이 더 높은 편이라 꽤나 뿌듯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아기의 낮잠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 아기가 커갈수록 난이도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줄어드는 낮잠 횟수, 줄어드는 낮잠 시간 속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육아 일상 속 꿀맛 같은 휴식시간을 야금야금 빼앗기고 있는 엄마는 오늘도 간절하다. 아기의 엉덩이를 팡팡팡팡 두드리며, 이번엔 꼭 길게자라, 엄마 밥 다 먹을 때까지 푹 자라, 간절하게 염원을 해본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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