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새로운 계절 맞이하기

첫 번째 겨울을 준비하며

by 이꺽정


봄의 초입에 태어난 아기. 겨울과 봄이 겹쳐지는 계절이어서, 아기가 태어난 날도, 그다음 날도 눈이 왔다. 처음으로 집에 오던 날도 복슬복슬 털이 있는 하얀 북극곰 옷을 입고 집에 왔었다. 아기가 집에 온 날만큼 추운 계절이 다시금 코 앞에 있는 것 같다. 첫 봄, 첫여름, 첫가을, 그리고 첫겨울. 아기의 첫 번째 사계절은 어떻게 기억될까?

아기의 첫 번째 봄은 신기함이었다. 세상에 새롭게 태어난 생명, 그 새로움을 증명이라도 하듯 목청껏 울어대는 아기를 앞에 두고 허공을 향해 휘적거리는 팔과 다리가 너무 신기했다. 봄꽃처럼 이 세상에 팡 피어난 아기는 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라겠지.

봄이 후다닥 가버리고 어느새 여름, 아기의 첫여름은 열정 그 자체였다. 어른보다 체온이 높아서 아기들은 더위를 더 많이 탄다던데, 어찌나 열심히 젖병을 빠는지 늘 인중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고, 내 팔에 안겨있던 등도 땀으로 축축해지곤 했다. 여름 내내 얇은 메쉬소재로 된 바디슈트를 입고 있어서 늘 맨 팔에, 맨다리였는데, 아기는 늘 조금은 더운 것 같았다. 열정적인 아기 덕에 엄마아빠는 에어컨을 팡팡 틀고 호사스러운 여름을 보냈다.

여름을 넘어 휙, 가을다운 바람이 불었을 때 아기와 산책을 나가서도 가을 냄새를 열심히 킁킁거렸다. 아기가 처음 맞이한 가을은 시원함일까?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 되어 엄마도 아빠도 꼬리를 붕붕 흔드는 강아지처럼 아기를 유모차에 태워 바깥나들이를 나가기 바빴다. 가을 햇볕이 따스한데, 이따금씩 포스스 낙엽을 날리는 바람이 불면 아기는 이쪽으로, 저쪽으로 눈을 돌리기 바빴다.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물방울이 맺힌 잔을 만져보고 싶은지 손을 뻗는 아기에게 슬쩍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담긴 컵을 대어준다.

ㅡ 시원하지? 이건 시원한 커피
ㅡ 바람이 불 때도 아이 시원해, 하는 거야

갑자기 빠르게 추워져버린 요 며칠, 가을이 너무 빨리 지나버리고 겨울로 들어가는 길목 같아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새로운 계절은 맞이할 때마다 가장 어려운 건 역시나 옷 입히기. 아기와 그 계절을 보내는 게 처음이라 아기가 얼마나 추운지, 옷을 얼마나 따뜻하게 입혀야 하는 건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이만하면 따뜻하게 입혔다고 생각하고 길을 나섰는데, 아기가 너무 춥다며 손사래를 치시는 어머님들이 몇 분이나 계셔서 머쓱해졌다. 첫 번째 겨울을 보내는 일이 쉽지 않겠구나,


아기와 함께하는 새로운 계절엔 새로운 행복도 생긴다.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오니 집이 너무 싸늘하게 느껴졌는데, 이제 막 일어난 아기를 품에 안으니 따뜻함을 넘어선 뜨끈함이라 하얗고 커다란 호빵을 끌어안은 것만 같았다. 붕어빵을 이겨낼 나의 겨울 행복이 생겼구나, 보드랍고 따끈한 내 귀여운 호빵!

함께 먹을 첫 번째 호빵을 기다리며,

새로운 계절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날 수 있기를!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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