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들의 나이트 루틴

봐도 봐도 보고 싶은 아기

by 이꺽정



아기를 재우고 나면 오늘도 절반의 육퇴에 성공했다는 기쁨에 남편과 얼싸안는다. 오늘도 고생 많았어, 서로의 등을 토닥이며 남편은 하루 종일 아기와 함께 보내느라 파김치가 된 나에게, 나는 회사일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손발 씻고 아기부터 받아 드는 남편에게 미처 전하지 못했던 하루치의 고마움을 전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곧 내일의 육아 준비를 위해 다시금 분주해진다. 아기가 신나게 가지고 논 장난감을 깨끗하게 다시 닦아두고, 내일 아기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줄 이유식 준비를 하고, 빨래를 삶고, 널고 그날그날 밀려있는 일을 다 하려면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물론, 그전에 저녁을 먹어야 시동이 꺼지지 않고 나머지 임무들도 완수할 수 있게 된다.

어느 정도 일을 마치고 나면 배터리가 나가버린 고장 난 로봇들처럼 나는 소파 위에, 남편은 바닥에 널브러지게 된다. 말할 힘도 없어서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거나, 티브이를 보곤 한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을 보냈을까, 말릴 수 없는 고슴도치들의 나이트 루틴은 곧 시작된다.

ㅡ이것 봐. 너무 귀엽지 않아?
ㅡ나 이거 완전 잘 찍었지

한 명이 핸드폰 사진첩에 있는 아기 사진을 자랑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한 명도 오늘 제일 마음에 들었던 사진을 선보인다. 서로의 작품에 감탄하고, 너무 예쁘다고 호들갑 떠는 시간. 방금 전까지만 해도 육아에 고됨에 호되게 당해서 맥을 못 추던 사람들 치고는 너무 생기발랄하다. 그 시간이 길어지면 둘이서 열심히 시간을 거슬러 눈도 못 뜨고 꼬물거리던 시기까지 올라가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어제의 아기가 그립고,

오늘의 아기가 너무 예쁘고,

내일의 아기가 더 기대되는 요즘.


ㅡ빨리 이리 와봐! 너무 귀여워!

한 사람이 아기가 자는 방에 들어갔다 하면 다시 호들갑을 떨기에 여념이 없다. 불도 다 꺼진 어두컴컴한 방에서 쿨쿨 자고 있는 아기의 얼굴을 둘이서 나란히 서서 들여다보면서 봐도 봐도 보고 싶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코가 너무 예쁘다, 입 오물거리는 거 너무 귀엽다, 방금 하품하는 거 봤어? 등등. 혹여라도 아기가 깰까 봐 작은 목소리로 속닥거리는 고슴도치들의 밤은 그렇게 깊어간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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