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혼자만 레벨업

급성장기의 위력

by 이꺽정


애지중지 열심히 키운 화분에 새 잎이 돋아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새롭게 돋아난 여린 잎은 한 밤을 자고 일어나면 쑥 커져있고, 한밤을 더 자고 일어나면 더 커져있고, 어떻게 내가 잠든 밤새 이렇게 쑥쑥 클 수 있는 건지 대견하기까지 했다. 내가 여태까지 키웠던 모든 생명을 통틀어서 아기는 가장 무럭무럭 자란다. 태어났을 때는 고작 3kg 남짓이었는데 몇 개월 새 거의 3배로 점프했다. 키는 50cm. 한 팔로도 포근히 안을 수 있는 크기였는데, 이제는 70cm가 훌쩍 넘어서 두 팔에 안고도 살짝 넘치는 정도가 되었다. 한창 클 시기 청소년기의 내가 1년에 가장 많이 키가 컸을 때가 얼만큼이었더라? 신생아 시기에는 온몸이 크느라 너무 아프고 불편해서 아기들이 힘들어한다는데 “급성장기”라는 단어의 위력을 새삼 실감한다.

아기의 성장을 느낄 수 있는 건 단순히 아기의 키나 몸무게뿐만이 아니다. 그것보다 더 눈부신 성장을 이루고 있는 매일매일의 면모, 어제는 분명 혼자 앉지 못했었는데 갑자기 혼자 늠름하게 앉아서 가족 모두를 놀라게 하고, 민둥산 같은 잇몸에 야트막한 언덕처럼 볼록 올라왔길래 곧 이가 나려나 했는데, 히히 웃는 입을 들여다보니 뿅 하고 작은 이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혼자서 놀고 있다가 갑자기 크게 내지르는 소리에 깜짝, 소파를 잡고 벌떡 일어나서 또 깜짝, 하루에도 몇 번씩 레벨업을 하는 것 같은 아기가 너무 신통방통하다. 어제의 아기와 오늘의 아기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ㅡ 헉! 어떻게 앉은 거야?
ㅡ허억! 어떻게 일어선 거야?

아기의 성장 앞에서 놀라움과 기쁨이 물론 가장 크지만, 당황스러움과 약간의 공포도 빼놓을 수 없다. 벌떡 일어났다가 엉덩방아를 찧는 아기를 보며 이제는 온 거실에 매트를 깔아야 하려나 머리가 지끈하고, 온 집안을 누비고 다니는 아기의 의기양양한 엉덩이를 보며 위험할 수 있는 물건들은 이리로, 저리로 치우느라 몸도 마음도 바쁘다.

이 정신없는 일상의 와중에 아기의 레벨업 속도에 비해서 엄마아빠의 육아 업데이트는 꽤나 느린 편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까르르 좋아하던 놀이에 시큰둥해진 아기를 보며 갸웃거리고, 유모차랑 카시트에 앉으면 몸을 뒤척이길래 왜 그러지 며칠을 고민하다가 그제야 벨트가 작아져서 불편해서 그런 거라는 걸 알아챘다. 이렇게 빠르게 자라는 생명체는 처음이라서 엄마도 아빠도 헛둘헛둘 발맞춰서 육아 레벨업을 해줘야 할 텐데 몇 걸음 늦게 가도 허덕허덕 숨을 헐떡이게 된다.

우리에게 부족한 건 육아 지식일까, 눈치일까, 어쩌면 체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한다. 엄마아빠는 숨이 턱에 닿게 뛰어도 괜찮으니, 앞으로도 무럭무럭, 쑥쑥 자라주기를!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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