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지하철 출퇴근의 고단함에 대해 이야기하며, 서울에서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는 것은 인성을 악화시키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결론을 냈다.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하게 사람들이 들어차서, 정말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역을 하나하나 지날 때마다 엄청나게 밀려들어오는 인파를 보며 도대체 여기에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탈 수 있는 건가 쥐포처럼 눌려서 생각하곤 한다.
실제로 출퇴근 지하철은 간혹 고성과 비명이 난무하기도 하며, "밀지 마세요"라는 간절한 한 마디와, "내릴게요"라는 더 간절한 한마디가 교차한다.
그리고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내가 될 때도 많다.
겨우겨우 내리고 나면 탄식이 절로 터진다.
때로는 짜증이 터질 때도 있다. 아, 도대체 나 언제까지 이렇게 회사 다녀야 해?
ㅡ
그렇게, 짜증을 내다보면 출근 시간에는 하루의 기분을 절반쯤을 망친 기분이라 힘이 빠지고, 퇴근 시간에는 하루의 남은 에너지를 한 방에 소진해버린 느낌이라 진이 빠진다.
요즘에는 나의 소중한 기분과 기운을 지키기 위하여 내 나름의 방법을 터득했다.
그것은 바로 정신승리!
문이 열렸는데도 가운데에 버젓이 서서 한 발자국도 비켜나지 않는 분을 보면, 저분도 문 앞에서 계속 비켜나기 너무 힘드시겠지,라고 공감하기
사람들이 미처 다 내리지도 않았는데 연어처럼 인파를 헤치고 탑승하는 분이 계시면, 지하철이 오랫동안 안 와서 화가 나셨나 봐,라고 이해하기
사람들이 너무 가득 들어차서 이리저리로 휩쓸리는데 어쩐지 내 쪽으로 일방적으로 기대고 계신 것 같은 분을 만나면, 너무 힘들어서 누구에게라도 기대고 싶으신가 봐,라고 안타까워하기
모든 상황에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달아서 정신, 승리하기
뭔가 다 나름의 이유와 사정이 있고,
나에게 고단한 출퇴근 지하철이 다른 누군가에게 그렇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으니까.
물론, 이렇게 말하지만 여전히 나는 지옥철의 공격 앞에 속절없이 나부러진다. 옆에서 밀치는 사람을 괜히 팩! 한 번 돌아보기도 하고, 한숨을 쉬기도 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로부터 3초쯤 뒤에 다시 승리한다.
나는야 지하철의 (정신) 승리자
오늘도 열심히 승리해보자.
무서운 지옥철에서 열심히 살아남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