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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꺽정 Mar 10. 2021

지하철의 승리자

지옥철에서 살아남는 방법



친구와 지하철 출퇴근의 고단함에 대해 이야기하며, 서울에서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는 것은 인성을 악화시키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결론을 냈다.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하게 사람들이 들어차서, 정말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역을 하나하나 지날 때마다 엄청나게 밀려들어오는 인파를 보며 도대체 여기에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탈 수 있는 건가 쥐포처럼 눌려서 생각하곤 한다.


실제로 출퇴근 지하철은 간혹 고성과 비명이 난무하기도 하며, "밀지 마세요"라는 간절한 한 마디와, "내릴게요"라는 더 간절한 한마디가 교차한다.

그리고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내가 될 때도 많다.


겨우겨우 내리고 나면 탄식이 절로 터진다.

때로는 짜증이 터질 때도 있다.  아, 도대체 나 언제까지 이렇게 회사 다녀야 해?




그렇게, 짜증을 내다보면 출근 시간에는 하루의 기분을 절반쯤을 망친 기분이라 힘이 빠지고, 퇴근 시간에는 하루의 남은 에너지를 한 방에 소진해버린 느낌이라 진이 빠진다.


요즘에는 나의 소중한 기분과 기운을 지키기 위하여 내 나름의 방법을 터득했다.


그것은 바로 정신승리!


문이 열렸는데도 가운데에 버젓이 서서 한 발자국도 비켜나지 않는 분을 보면, 저분도 문 앞에서 계속 비켜나기 너무 힘드시겠지,라고 공감하기

사람들이 미처 다 내리지도 않았는데 연어처럼 인파를 헤치고 탑승하는 분이 계시면, 지하철이 오랫동안 안 와서 화가 나셨나 봐,라고 이해하기

사람들이 너무 가득 들어차서 이리저리로 휩쓸리는데 어쩐지 내 쪽으로 일방적으로 기대고 계신 것 같은 분을 만나면, 너무 힘들어서 누구에게라도 기대고 싶으신가 봐,라고 안타까워하기


모든 상황에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달아서 정신, 승리하기


뭔가 다 나름의 이유와 사정이 있고,

나에게 고단한 출퇴근 지하철이 다른 누군가에게 그렇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으니까.


물론, 이렇게 말하지만 여전히 나는 지옥철의 공격 앞에 속절없이 나부러진다.  옆에서 밀치는 사람을 괜히 팩! 한 번 돌아보기도 하고, 한숨을 쉬기도 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로부터 3초쯤 뒤에 다시 승리한다.


나는야 지하철의 (정신) 승리자


오늘도 열심히 승리해보자.

무서운 지옥철에서 열심히 살아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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