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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꺽정 May 12. 2021

꼭 예쁜 조명을 달아야지

빛이 만드는 다정한 분위기


휴대폰 갤러리를 휙휙 넘겨보다가 유난히 조명을 찍은 사진이 많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예쁜 카페에 갔을 때, 좋은 공간에 갔을 때의 내 작은 습관 중 하나가 바로 마음에 드는 조명을 찍어두는 것.


내가 고를 수 있는 조명이라고는 책상 위에 두는, 공부할 때를 위한 눈 건강과 집중력을 생각한 책상 스탠드밖에 없었던 암흑기를 지나 조금씩 조금씩 광명을 찾은 내 일상에 작은 빛들을 하나씩, 하나씩 더하는 것은 꽤 쏠쏠한 재미이다.


물론, 작은 무드등이나 캔들 정도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천장에 달려있는 LED 등을 바꾸기엔 귀찮기도 하고 아깝기도 한 자취생의 삶,



굉장히 요원해 보이기는 하지만, 언젠가 내 취향으로 온전히 꾸민 공간을 맞이하게 될 때를 대비해서 다람쥐가 월동 준비를 위해 도토리를 모으듯이 한 장 한 장 마음에 드는 조명을 모아 두고 있다.


조명이 만드는 분위기는 참 대단하다. 사진을 찍을 때 소위 "조명빨"을 빼놓을 수 없는 것처럼 어떤 공간에 어떤 조명을 두느냐에 따라서 코코아를 마시고 싶은 따뜻한 공간이 되기도 하고, 괜히 잘 알지도 못하는 와인을 한 잔쯤 즐기고 싶은 공간이 되기도 한다.



마음에 드는 조명도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매우 다르다. 어느 날은 은은하고 잔잔한 조도의 조명이 꼭 마음에 들었다가, 어느 날에는 일반 가정집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화려하고 쨍한 조명이 딱 마음에 든다.


물론 엄청난 조명들을 보면 전구 갈 때를 걱정한다거나, 전기세를 걱정한다거나, 먼지가 앉으면 어찌 닦나를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한다. 쓸고 닦는 데는 재주가 없는 나에게 화려한 조명은 아마도 분에 넘치는 선택이 될 것 같다.



사실 조명 사진을 찍으면서 그 조명의 형태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라기보다는 그 조명이 만들어내는 고유의 분위기가 좋아서, 벽에 슬그머니 드리우는 그림자가 좋아서, 은은하게 번지는 빛이 좋아서 찍게 되는 것 같다.



여기저기서 예쁘고 멋지고 귀여운 조명들이 아우성을 쳐도 만약 내 공간에 꼭 두고 싶은 조명을 꼽으라면 다정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은은한 빛을 가진 조명을 선택할 것 같다.


혼자 편하게 누워서 책을 보기에 딱 좋은 조명, 친구와 늦게까지 전화통화를 할 때 따뜻한 마음이 들도록 은은하게 감싸주는 조명, 혼자 먹는 식사가 외롭지 않게 그럴듯하게 차려낸 내 요리를 더 그럴듯해 보이게 해주는 조명, 불 꺼진 거실에서 고요하게 있더라도 조명을 켜 두는 것만으로 작은 위안이, 다정한 위로가 되는 그런 예쁜 조명.


꼭 그런 예쁜 조명을 달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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