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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꺽정 Sep 07. 2021

바다를 바라보는 마음

이제 다시 한 번 가보자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에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바다는 나에게 특별한 곳이다.


마음이 답답하다거나,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면 종종 입버릇처럼 바다에 가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 그리고 그런 마음에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버스나 기차에 오른 것도 꽤 여러 번 있다.


바다를 떠올리면 신나고, 뜨거운 여름의 어느 날도 생각나지만, 외롭고 쓸쓸한 어느 날도 함께 떠오른다. 바다가 잘 보이는 벤치 자리에 앉아서, 혹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카페 구석에 앉아서 하릴없이 눈으로는 바다를 보며, 정작 내 마음과 머릿속을 바쁘게 헤엄쳐 다니던 어느 날,



 때로는 깊은 곳으로 자맥질을 했다가 손에 쥔 것 하나 없이 올라오기도 했고, 또 때로는 조용히 무언가를 두고 나오기도 했고, 어떤 때는 작은 깨달음을 얻기도 했고, 그냥 가만가만 위로를 받는 날도 있었다.


그 모습이 참 변화무쌍해 보여서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지루하거나, 심심하게 느껴질 새가 없었다. 철썩철썩, 규칙적으로 들이쳤다 물러나는 파도를 보며 조금은 투박하게 어깨를 토닥이는 누군가의 손길 같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고, 바위에 부딪쳐서 하얗게 부서지거나 거품이 이는 모습을 보며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나 두려움도 저렇게 없어지지 않을까 기대를 하기도 했고, 저 멀리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수평선을 보면서 지금의 이 마음과 상황은 어쩌면 아주 사소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슬쩍 옆이나 뒤를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모험을 떠날 수 있는 힘을 얻었달까?


나는 겁도 많고, 용기도 없지만 그래도 바다를 보면 어쩐지 저 아래로 푹 꺼져버린 자신감이 새살 돋듯이 슬쩍 고개를 내미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번 깨끗하게 비워냈으니,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한껏 움츠러든 마음을 펼치고 왔으니 이제 다시 가보자는 마음.



바다는 나에게 그런 곳이다.

어딘가로 다시 출발할 수 있게끔 해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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