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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꺽정 Sep 08. 2021

커피를 이렇게 많이 마셔도 괜찮아?

엄마와 나의 커피 습관




예전에는 엄마가 너무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 온 가족이 집에 있는 주말이면, 엄마는 일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커피를 한 잔 마셨고, 주말이면 쉬지도 못하고 잡다한 집안일을 절반 정도 끝내고 나서 한숨 돌린다며 또 커피를 한 잔 마셨다.


그 커피들이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오후 무렵에 또 한 잔, 저녁 무렵에 또 한 잔으로 이어지는 날도 많았다.


커피를 저렇게 많이 마셔도 괜찮아?



엄마는 언제나 괜찮다고 했다.


엄마는 커피를 마시던 컵에 물을 마시기도 했고, 물을 마시던 컵에 커피를 타 마시기도 했다. 엄마가 뜨겁게 마시고 싶었던 커피는 너무 금방 식어서 미지근하게 되어버릴 때가 많았고, 커피 한 잔도 맘처럼 마시기 어렵다며 작게 웃던 엄마의 모습도 간간이 섞여있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 엄마가 내가 마시는 커피가 너무 많지 않은지 걱정한다. 일어나서 밥은 안 먹어도 에스프레소는 꼭 한 잔 내려서 바쁘게 나가는 나를 보며, 빈속에 커피 마시면 속 쓰리니 뭐라도 꼭 함께 먹으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언젠가의 엄마처럼 괜찮아, 걱정하지 마!라고 말하고 서둘러 나가기 바쁘다.



나는 커피를 마시던 텀블러에 물을 마시고, 물을 마시다가 얼음과 에스프레소를 와다닥 부어 넣기도 한다. 내가 차갑게 마시고 싶었던 커피는 너무 금방 녹아버려서 바닥은 흥건, 온도는 엄마의 식은 커피와 비슷해진다.


이것은 커피 모전여전.

우리의 커피 습관은 이렇게나 닮아있다.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지만, 조금 여유로운 아침에는 엄마와 나란히 마시는 커피가 그렇게나 좋다.

언제나 엄마의 커피는 엄마의 마음과 걱정처럼 따뜻한 것으로, 내 커피는 무뚝뚝한 마음과는 다르게 엇나가는 표현방식처럼 차가운 것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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