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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꺽정 Sep 09. 2021

운명의 김치볶음밥

김치 + 햄 + 참기름 + 옥수수 + 찬밥 + 치즈 = 찐행복




운명의 김치볶음밥.


김치를 쫑쫑쫑 잘게 썰고, 짭조름하고 맛있는 통조림 햄을 작은 깍두기 모양으로 깍둑깍둑 잘라준다. 후라이팬에 기름을 한 바퀴 휘두르고, 조금 더 고소하게 먹고 싶다면 기름 대신 버터를 녹이는 것도 언제나 좋은 선택이다.


먼저 썰은 김치를 살짝 볶고, 햄까지 넣고는 달달 볶아준다. 여기에서 포인트는 햄과 김치가 멋지게 어우러질 때까지 충분히 볶아주는 것, 그리고 소주병에 들어있는 참기름을 둘러주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참기름을 두르다 손에 슬쩍 묻은 고소한 참기름을 슬쩍 맛보는 것도 숨겨진 재미 중 하나이다.


만약 운이 좋아서 싱크대 선반에서 옥수수 통조림을 발견하게 되는 날엔 그보다 더 행복할 순 없다. 달큼한 옥수수도 인심 좋게 몇 숟갈 퍼서 쿨하게 턱턱 얹어준다. 노란색과 빨간색의 조화가 굉장히 행복하다.



맛있게 볶아진 김치 햄볶음 혹은 김치 햄 옥수수 볶음에 꼬수운 참기름 향까지 더해지면 그대로 뜨거운 밥에 얹어서 쓱쓱 비벼 먹어도 좋을 만큼 맛깔나 보인다. 그렇지만, 거기에서 굴하지 않고 미리 퍼서 한 김 식혀둔 밥 혹은 아끼느라 미처 다 먹지 못한 찬밥을 덩어리째로 팬에 넣고 주걱으로 숭덩숭덩 잘라서 다시 한번 달달달 볶아준다. 조금 팔이 아프고 힘들어도 많이 볶아주는 만큼 맛있어진다는 일념으로 볶기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잠깐 한눈을 팔아서 바닥에 자연스레 눌어붙은 누룽지를 만드는 것도 영리한 방법이다. 김치볶음밥이 완성될 무렵이면 한 켠에서는 계란후라이를 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말 운이 좋게 냉장고에서 피자치즈를 발굴해낸다면 폭설이 내리는 것처럼 가득가득 부어주고, 뚜껑을 잠시 덮어놓으면 그것으로 완벽하다.


그렇게 짜잔! 나의 운명의 김치볶음밥 완-성.


그렇지만 여기에는 내가 우리 할머니의 손녀이기 때문에 맛있는 김치를 재료로 쓸 수 있다는 더 엄청난 운명이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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