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꺽정 Sep 15. 2021

기념일에 진심인 편

작은 기념일들로 빼곡한 삶


예전에는 기념일을 챙기는 게, 그런 기념일을 의미 있게 생각하는 게 조금은 쑥스럽고 거창하게 느껴졌다.


생일날에도 가족들과 모여서 초에 불을 붙이고, 다 같이 노래 부르고, 초를 끄는 그 과정이 어쩐지 쑥스럽고 당황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일부러 더 그런 기념일들을 열심히 챙겨 보려고 한다.



누군가의 생일파티를 준비할 때도 제일 적극적이고, 친구의 브라이덜 샤워에는 그보다 더 진심일 수가 없다. 한 달의 며칠을 그렇게 기념일로 채워두는 게, 그 하루를 더 특별하고 소중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느낀 탓이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작은 기념일이 많은 삶을 살고 싶다.




요란스럽지 않지만, 잔잔하게 기념하고 축하할 일이 많은 삶을 사는 건 참 행복한 일이 될 것 같다. 예를 들면, 사랑하는 강아지가 우리 집에 처음 온 날이라거나, 내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친구들을 만난 날이라거나, 처음으로 새조개 샤브샤브를 먹어본 날, 할머니와 장에 가서 옥수수 뻥튀기를 튀겨본 날, 새벽같이 일어나서 처음으로 새벽 요가를 끝까지 해 본 날까지.


우리가 지나는 일상 그 자체로 너무 축복 같고 기쁜 일이니까, 작은 것 하나하나 기뻐하고, 속으로 작게나마 기념의 촛불을 끄는 감사함이 많은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앞으로도 가족의 생일, 친구의 생일, 그리고 그 누군가의 소중한 날들에도 제일 기쁘게 축하하고 제일 열심히 박수 치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운명의 김치볶음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