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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꺽정 Oct 08. 2021

고민고민과 곰인곰인

썰렁한 이모티콘의 위력



내 고민이 뭘까 생각해 봤다.


고민이 아닌 것이 없을 정도로 고민이 풍부한 일상 속에 살고 있는 나는 얼마전까지 날씨가 너무너무 습했다가, 너무너무 더웠다가 하는 변화무쌍함이 고민했고 그와 맞닿아서 재난에 가까운 기후변화들을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하면서 지구의 환경이 또 고민이었다.



오늘 아침으로는 무엇을 먹었는데, 오늘 점심으로는 또 무엇을 먹지가 고민이고, 그 뒤에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지도 고민할 것 같다.


부쩍 뒷다리에 힘이 빠진 것 같은 우리집의 작은 어르신의 건강은 고민이 된 지 꽤 오래되었고, 기분마저 캄캄하게 잠긴 밤에는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건지 내 삶의 컨셉이나 스타일에 대해서도 그렇게 고민할 수가 없다.


고민 보따리라는 게 풀어도 풀어도 끝이 없고, 비워도 비워도 가벼워지기는커녕 더 무거워지기만 한다. 저녁 메뉴를 고민하다가, 흐르고 흘러 당뇨와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까지 덩달아 고민하고 있는 나는 때로는 스스로도 감당하기 어렵다.



나와 비슷한 듯 다른 동생은 내가 고민이 있다고 하면 이모티콘 두 개를 나란하게 붙여서 보낸다. 곰 하나, 사람 얼굴 하나. 그렇게 나란한 이모티콘을 두 쌍 보낸다.


나의 고민고민은 그녀에겐 그저 곰인곰인일 뿐이다.

그래서 동생에게 줄줄 고민을 털어놓다가도 그 썰렁한 이모티콘 두 개에 고민의 맥이 탁 끊겨버린다.

그래도 꽤 괜찮은 건, 그렇게 맥이 끊겨버린 고민이 도무지 이어지질 않아서 나는 그냥 다른 걸 하기로 결심하는 때가 많다는 것이다.


고민고민이 곰인곰인이 되는 순간,

꽤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리는 때도 더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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