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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꺽정 Oct 12. 2021

치약과 선크림

우리는 언제나 생각보다 좀 더,




아침에 눈을 떠서 양치를 하러 화장실로 비척비척 걸어가 만난 잔뜩 쪼그라진 치약을 보고 생각했다.


 ㅡ 오늘 아침까지 쓸 거 딱 남았네.

안 그래도 쪼그라진 치약을 한번 더 힘껏 비틀면 적당량이 치약이 나오고, 만족스럽게 이를 닦고 유유히 자리를 뜬다.


저녁에 씻으러 들어가서 아침보다 한결 더 쪼그라진 치약을 보고, 이번까지는 써볼까? 하는 도전정신을 가지고 아침보다 조금 더 힘을 줘서 비틀면 또 적당한 치약이 나온다.

그렇게, 몇 번의 아침과 몇 번의 저녁을 보낼 때까지, 치약이 거의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쓰다 보면, 이 치약을 다 썼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 아침에 버렸으면 어쩔뻔했나 싶다.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는데 거의 선크림이 다 써가는 것 같길래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답게 미리 선크림을 주문했다. 분명 다 써가는 줄 알았는데 이놈의 선크림이 어느 날의 치약처럼 꾸역꾸역 계속 선크림을 뱉어낸다.


새로 산 선크림은 그렇게 몇 주가 넘도록 서랍 속에 고이 잠들어 있었다. 보기와는 다르게 엄청난 배포와 잠재력을 품고 있었던 멋진 선크림이었다.



우리도 그렇지 않을까?

이제는 정말 배부르다고 생각하면서도 후식으로 케이크는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이제는 진짜 못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욕을 하며 마지막 스쿼트 한 개를 해내는 것처럼, 늘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만 언제나 우리는 매일매일 못할 것 같던 일, 불가능할 것 같던 일을 끝끝내 해내면서 살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생각보다 좀 더, 강하고 멋지다.

짜도 짜도 끝이 없는 치약과 선크림처럼!

그러니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있는 기운 없는 기운 끌어모아 알차게 꼭 짜내면서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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