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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꺽정 Aug 02. 2022

소중한 너의 결혼을 축하하며

축사를 쓰던 어느 날의 나



가장 친한 친구가 결혼을 한다.


결혼 소식을 처음 들었던 날,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던 소식이었음에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친구가 훌쩍 뛰어서 강 건너 어딘가로 가버리는 듯한 느낌.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함께 깔깔거렸는데 친구 혼자 쑥 자라 버린 느낌. 각종 로망이 많았던 고등학생 시절, "나중에 우리가 결혼을 하면"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친구는 벌써 그 나중과 만나고 있구나, 우리가 그만큼이나 커버렸구나 싶어 슬쩍 겁이 나기도 했다.


물론, 가장 친한 친구와 혹시 조금은 소원해지려나 걱정스럽고, 유치한 마음이 들었다는 것도 인정할 수밖엔 없다.


결혼식에서 축사를 하기로 했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 오래 고민을 하다가, 또 그만큼 오래 썼는데 괜히 혼자 코끝이 찡해지기도 하고, 이걸 친구 얼굴을 보면서 읽을 수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축사를 읽으며 오열하는 나와 당황스러운 나머지의 장면을 상상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축사를 쓰며, 친구를 생각하며, 우리가 지나온 날과 앞으로 걸어갈 길들을 생각하다 보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결혼이라는 단어가 참 멀고 어렵게 느껴졌는데, 외딴 어딘가로 가버리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친구는 그저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다가, 함께 걸어도 좋을 누군가를 만난 거고, 함께 걸어가기로 결심한 것이니까. 친구는 여전히 내가 알고 있는 그 시절을 걸어온 친구이고, 앞으로도 그 길을 열심히 걸어갈 것이니까. 결혼은 결심의 문제일 뿐, 결코 결론이 아니니까, 친구의 결심을 누구보다 축하해 주고, 응원해 주는 게, 그 결심에 많은 행복과 행운들이 더해지기를 기원해 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여전히 축사는 더 마음을 꾹꾹 눌러 담기 위해 오늘도 두어줄 쓰였다가, 또 두어 줄이 지워지곤 한다.


언제나 그 축사의 마지막 줄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가장 소중한 의 결혼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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