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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꺽정 Apr 11. 2022

너, 참 힘들게 피었구나

작은 벚꽃이 준 큰 울림



산책하기에 좋은 계절이 되었다.


얇은 겉옷 하나 걸치고, 혹은 약간은 톡톡한 후드 하나 걸치고 좋아하는 산책로를 슬슬 걷기에 좋다.

쨍한 아침에는 볕을 즐기기에 좋고, 저무는 저녁에는 선선한 바람을 즐기기에 딱 좋다.


언제나처럼 걷던 중에 선물처럼 작은 꽃망울들을 만나게 되는 것도 봄의 기쁨이라면 기쁨이다.



어느 날 점심에는 이제 본격적으로 움트기 시작한 봄과 벚꽃을 즐기러 작은 꽃놀이를 다녀왔다. 그리고 두 팔로 부족할 것 같은 커다란 벚꽃나무에 조그맣게 움튼 벚꽃을 보고는 괜히 코끝이 찡해졌다.


이렇게 작고 여린 잎을 가진 꽃인데,

너 참 힘들게 피었구나!


꽃들이 올망졸망 팝콘처럼 잔뜩 달린 위쪽에 가지들도 있는데 혼자 멀찍이 떨어져서 꿋꿋하게 꽃을 피운 그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더 어여뻐서 팡팡 팝콘처럼 터진 벚꽃 말고 요 작고 옹졸한 벚꽃만 맘에 쏙 들어왔다.



그리고 또 어느 날의 산책에서는 가지치기를 잔뜩 했음에도 몇 개 남지 않은 가지에서 움튼 벚꽃을 만나게 되었다. 저 꽃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이 나무가 벚나무인지 몰랐을 수도 있었을 텐데, 저 작은 몇 송이의 꽃 덕분에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고마워, 너도 진짜 힘들게 피었겠다.


봄에는 이렇게 잦은 감성에 적게 되는데, 이렇게 봄에 퐁당 빠져보는 것도 봄에만 만날 수 있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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