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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꺽정 Jan 28. 2022

내가 가지고 싶은 초능력

저분은 다음 역에 내린다



퇴근길의 지하철,

언제나처럼 사람이 많고 이미 70퍼센트쯤은 지쳐있어서 더욱 힘들고 고단하게만 느껴진다. 운이 좋은 날에는 앞에 앉아있던 사람이 금방 내려서 자리를 얻을 때도 있다.


그러다가 이럴 때 나에게 초능력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이름하여 "언제 내리는지 나는 알지" 초능력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앉아있는 사람의 머리 위에 그 사람이 내릴 정류장이 표시되면 좋겠다. 그러면 열차에 올라 휙 한 바퀴 둘러보고는 가장 빨리 내릴 사람 앞에 기세 좋게 설 수 있을 텐데.  예전에 어떤 영상에서였나, 버스에서 자리를 금방 앉는 꿀팁으로 인근 학교의 교복을 알아챈다거나, 옷차림으로 판단하는 방법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것보다 조금 더 고차원적인 방법으로 초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 물론 텔레포트처럼 애초에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능력이 있다면 더 좋겠지만, 너무 큰 걸 바랬다가는 들어주시지 않을 것 같으니 작고 귀여운 초능력을 염원해본다.



그리고 두 번째 초능력은 "다 익었나" 초능력


달걀을 삶을 때, 고기를 구울 때, 빵을 만들 때 두루두루 활용할 수 있는 초능력으로 애써 타이머를 맞춰놓고 시간을 재거나, 누구에게 먼저 총대 매고 먹어보라고 한다거나, 빵이나 고구마에 젓가락을 찔러 넣지 않아도 되는 유용한 초능력이다.


달걀을 그렇게 자주 삶아먹는 편이 아니라, 영롱하고 완벽한 반숙란을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삶아야 하는지 때마다 검색을 해보곤 하는데, 이런 초능력이 있으면 그런 번거로움 없이도 반으로 갈랐을 때 황금빛 노른자가 빛나는 반숙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빵을 구울 때도 10분 간격으로 빵을 푹푹 찔러대는 게 아니라, 정확한 타이밍에 겉바속촉 빵을 완성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어쩐지 이 두 가지 초능력이면, 난 지금보다 훨씬 더 기운차게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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