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집에 가고픈 직장인 1
트집과 고집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맷집 기르기
어느 날은 괜히 더 지치고 힘들다.
회사 생활이라는 게 쉬울 리 없고, 편할 리도 없겠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소금에 절여진 배추처럼 잔뜩 숨이 죽어서 비척비척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종종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고, 점심을 거르기도 했고, 입을 굳게 다물기도 했다.
한참 동안 열심히 해 온 일에 대해서 누군가가 흠집을 내고 트집을 잡았을 때, 그것에 대해서 부정하고 싶어도 어쩌면 그 사람이 괜한 소리를 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나의 지난 노력을 힘겹게 더듬는 날도 있었다.
대개는 사람의 생각은 다를 수 있으니, 그러한 이야기에 대해서도 배움을 얻으려는 마음을 갖자는 두루뭉술한 교훈으로 마무리되지만, 그 교훈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꽤나 험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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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의 고집 때문에 힘들었던 날도 물론 있었다.
나도 같이 고집을 부리면 거기서 옴짝달싹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대부분의 경우에 조금 억울해도 한걸음 물러났지만, 그냥 시원하게 들이받을걸 나는 왜 이렇게 맷집이 약할까 스스로가 실망스러운 날도 많았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 맷집이 절로 키워질 줄 알았는데 누군가에게 한두 대 얻어맞는 것에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렇게 힘든 하루를 보내고, 물 젖은 솜 같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했을 때, 그래도 언제나처럼 나를 맞아주는 가족들이 있어서 이 한 몸, 그리고 한 마음을 편히 누일 수 있다. 서러움이 터져서 울어버리면 주위를 빙 둘러앉아 토닥여주고, 입맛이 없다고 하면 끝끝내 한 숟갈 먹을 때까지 귀찮게 하고, 말문을 닫고, 방문을 닫아도 조금은 적적해진 밤 슬쩍 문을 열고 들어오는 가족들이 있는 우리 집이 있어서 나는 내일도 트집과 고집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알량한 맷집으로도 견뎌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