텁텁한 공기가 고여있던 어떤 공간, 꾹 닫혀있던 단호한 창문을 망설임 없이 활짝 열어젖히는 것. 그리고 열린 창문 틈 사이로 청신한 공기가 훅 밀려드는 것. 바람과 약간의 햇살이나 어스름이 함께 녹아드는 것. 그제야 비로소 공기가 흐르고, 공간에 새로운 에너지가 채워지는 게 느껴집니다.
저는 그럴 때 잠깐 그 창문 앞에 서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들이키려고 잠시 서있곤 합니다. 그렇게 들이키는 생경 하지만 신선한 공기가 저에게 소중한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요. 몸 안에 그 공기를 가득 불어넣는 것처럼 말이죠. 환기란 어쩌면 어딘가에 들어차는 '환한 기운'을 말하는 것일지도요. 그 작은 노력이 집에도, 제게도 환한 기운을 가져다주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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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환기라는 건 우리의 삶이나 일상에도 때때로 꼭 필요합니다. 일상에 새로운 자극이 없이 어딘가에 하릴없이 머무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그 머무름에 대하여 편안한 마음이 들기보다는 내 자리가 아닌 듯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지요. 숨이 막힌다는 생각이 들거나, 언제까지 이 상태여야 하는지 막막해지고 겁이 날 수도 있어요.
그럴 땐 삶을 환기시켜 보세요.
누군가에게, 무언가에게 꾹 닫혀있는 단호한 맘에 작은 틈을 내어주시는 건 어떨까요?
나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던 사람에게 약간의 곁을 내어주며 나눈 대화는 새로운 공통점을 찾고, 그가 가지고 있는 삶의 환한 부분을 한 조각쯤 나눠 받을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어 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절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일에도 잠깐 문을 열어 주세요. 내가 그 세계로 발을 내딛긴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 일이 나에게 자연스레 다가와 나도 모르는 새 나를 매료시킬 수도 있을 테니까요.
저는 요즘에 달리기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태까지 제가 달리기를 잘 못하고, 또 정말로 싫어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요. 마음을 살짝 건드리는 궁금증에 마음의 문을 살짝 열어봤더니 어느샌가 그 밖으로 제가 힘차게 내달리고 있었습니다. 늦은 밤에 가로등만 켜진 어둠 속을 달리는데 이상하게 제 안에는 계속 환한 기운이 채워져요. 하루 동안 꾹 닫혀 있었던 걸로도 모자라 단단히 빗장까지 채워져 있던 마음이 열어젖혀지고, 그 사이로 신선한 공기가 가득 불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