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도착했고, 누군가는 떠났다
몇 년 전, 시골 할머니댁에 다녀왔다.
우리 엄마가 어릴 적부터 살던 집, 한 번 허물고, 새롭게 다시 지어진 집. 동생과 어릴 적 삐삐머리를 하고 대문 앞에 어정쩡하게 서서 옷을랑 말랑한 표정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던, 추억이 많은 집이었다.
처음으로 남편과 같이 갔다. 항상 할머니댁 대문 앞에서 바라보는 논의 풍경을 좋아했는데, 그 풍경 속에 남편이 있는 게 이상했다. 나에게 제일 익숙하고 오래된 풍경 중 하나에 누군가가 남편을 누끼 따서 데려다 놓은 듯한 어색하고 기묘한 느낌. 그 순간에 정말 내가 결혼을 했구나,라고 새삼스레 실감이 났다. 나만 알던 어떤 풍경 속에, 그 풍경을 모르던 누군가가 도착했다.
할머니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할아버지 산소에도 다녀왔다. 동네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야트막한 동산, 처음 할아버지를 뵙는 손주사위는 술도 따라드리고, 넙죽 절도 했다.
늘 할머니댁에 오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시던 할아버지는 평생을 사셨던 그 풍경 속에서 어느 날 떠나셨다.
할아버지가 안 계신 풍경은 여전히 낯설다.
누군가의 존재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풍경과, 또한 누군가의 부재가 낯설게 느껴지는 풍경. 내가 보는 풍경 속의 드나듦이 때로는 너무 기쁘고, 또 때로는 사무치게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