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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초등학교 졸업식 관람기

_2022년도 졸업생

by 마일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부모 활동을 하게 되었다. 전교생이 70명 남짓, 작은 학교라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학교에서 요청하는 일들을 도울 수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1년 동안 학교에 정신없이 들락거렸다. 그리고 1년을 마칠 때쯤, 초등학교의 졸업식에 초대되었다.

졸업생이 10명도 안 되는 작은 학교의 졸업식. 겨울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학교에 갔다.


졸업식이라 하면 학교 정문부터 떠들썩하고 요란할 것 같은데 조용한 분위기였다. 작은 규모의 행사지만 선생님들이 오래전부터 준비하신 걸 알 수가 있었다. 행사장 뒤편에는 아이들이 직접 쓴 시와 그림이 붙어 있었다.

정장 차림의 6학년 담임선생님의 무표정 속에 상기된 마음이 나오기도 했다. 외딴곳에 있는 학교라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졸업식이어도 참석이 어려운 분들이 있다. 아이들은 모두 통학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기 때문이다. 또는 각자의 사정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들이 모두 도착하지 않았지만 약속된 시작 시각을 10분 넘긴 지점에서 졸업식 행사가 시작되었다.


시작하자마자 왜 6학년 담임선생님이 상기된 마음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부모님들, 가족분들 모두 복도로 나와주시겠습니까” 6학년 담임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지금 생각하니 선생님은 아이들이 그동안 준비한 것을 발표하는 자리라 벅찬 마음이 있으셨던 것 같다.

6년 동안 아이들이 갈고닦은 외발자전거 쇼가 시작되었다. 선생님의 호명에 따라 아이들이 외발자전거를 타고 수줍은 표정과 다르게 현란한 발 움직임으로 아이들이 복도에 나타났다.

선생님이 외발자전거의 기술을 설명해 주면 둘셋씩 짝이 된 아이들이 그림처럼 움직였다.

6년간 매주 한 번, 외발자전거를 탄 아이들이 기량을 펼치는 시간, 공연을 보면서 생각했다. 부모님이, 조부모님이, 또는 주 양육자분들이 못 오신 아이들은 몹시 섭섭하겠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선생님들의 담담한 표정은 이런 상황에 익숙하셔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아닐까.

어쨌든 그 한순간을 내가 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복도에 서 있는 어른들은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외발 동작이 변화될 때마다 환호를 보냈다. 졸업식 증인들이 보내는 환호가 너희들 인생의 자양분이 되기를 바라면서 공연을 보았다.


그리고 모두 음악실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앞쪽 자리엔 4, 5학년 재학생들이 자리를 채웠다. 졸업생 모두 개성 있는 상장을 받고 학교에서 준비한 꽃다발과 선물을 받았다.

보개초등학교는 3학년부터 교내의 윈드 오케스트라에 소속되어 악기를 연주한다. 1년 동안 연습한 곡들을 모아 발표회를 하기도 한다. 졸업식의 가장 중요한 행사도 아이들이 클래식 연주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악기 공연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교가를 함께 부른다고 했다.

6학년 연주자 중에 타악기가 없어서 드럼 연주가 가능하신 1학년 담임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오셨다. 엄마 오리를 따라다니는 새끼 오리들처럼 1학년들은 갑자기 줄지어 졸업식장으로 들어왔다. 맨 뒤에서 잘 보이지는 않겠지만 6학년 학생들의 졸업을 축하하는 자리에 함께 있는 꼬마들 덕분에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이 꼬마들도 초등학교 생활 내내 학교 선생님들의 다정한 마음을 받겠구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조용한 졸업식은 온전히 아이들을 위한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아이들의 시와 미술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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