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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초등학생 아들도 알고 있는 포기 하지 않는 태도!

by 마일로

스물두세 살쯤에 과에서 스케치하러 북한산에 갔는데 나는 입구부터 쌍코피가 터졌다. 시간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평택에서 기차와 전철을 갈아타고 북한산 근처까지 가면서 체력을 다 써서 그랬을 수도 있고, 그 당시에는 노는 것도 너무나 바빴다.

수묵화 샘이랑 친하지도 않고, 수묵화를 잘하지도 않고, 쉬는 날임에도 고난의 통학을 거부하지 못하는 것은 내 성격이었다.

그러나 쌍코피가 흐르는데도 입구에서 멈추지 않고 우리 일행이 가는 꼭대기에 오른 나를 보고 수묵화 선생님이 그랬다. ‘쟨 뭘 해도 하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 말을 들으러 북한산에 갔던 것 같다. 어쩐지 그말이 지칠 때 마다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 그 말이 자주 떠올랐다. 2025년 봄 지원사업에 선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면접 볼 때 느낌이 좋지는 않았지만 안될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일이다.

2023년, 2024년 대추리의 할머니들과 그림을 그리면서 행복하게 보냈고 미술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안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대추리에 가서 직접 소식을 전하니 어른들이 함께 안타까워해 주셨다. 뭔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 같은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무국장 영진 선생님의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이장님께서 재단에 전화를 걸어 어르신들이 참 좋아하는 이 프로그램이 선정되지 못한 이유를 자세히 물어보셨고 재단에서는 한 단체가 오래 지원받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하셨다. 영진 선생님께서는 나의 실력 때문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전해주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나는 전화를 끊고 한 참 웃었다. 금쪽이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지만 온 마음으로 지지받은 느낌이 들어서 든든한 마음으로 집에 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비슷한 지원사업 공고를 찾을 수 있었다. 지원서류를 작성하면서 그 말이 떠올랐던 것 같다.

‘쟨 뭘 해도 되겠다.’

다행히 서류가 통과하면서 면접 심사가 지난 화요일에 의정부에서 있었다. 차로 2시간 정도 운전해서 가야하고 새벽부터 비가 많이 내려 가는 길이 걱정되었지만 내 기분은 덤덤했다.

나는 면접 장소에 40분 일찍 도착했고, 면접 일정이 당겨져서 일찍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관들이 프로그램하면서 인상적이었던 걸 물어보는데 대답하면서도 참 뿌듯했다. 밝고 성실한 대추리 할머니들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면접을 마치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면접심사의 질문도 마음에 들었고 성실히 대답했으니 마음이 가볍다고 했다. 다행히 돌아오는 길엔 비가 그쳐서 가는 길보다는 빠르게 집에 올 수 있었다. 긴장 때문에 그런지 멀리 다녀온 기분이 들이 않았고 기다리는 시간도 금세 지나갔다.


그리고 오늘(금) 발표!

대추리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무지개 브런치>가 선정되었다!




#대추리평화마을 #생활문화플랫폼 #웬즈데이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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