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8.22
軍엔 "아들 후방 보내달라", 119엔 "기물 망가지면 청구"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경찰과 군인, 소방관 등이 악성 민원과 고소 때문에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최근 한 최전방 GOP(일반 전초) 부대는 한 병사의 부모가 제기하는 민원에 시달렸다. 취침 시각, 교대 시각 등이 조금만 규정에 어긋나면 어김없이 민원이 접수됐다. 상급 기관에 이런 내용을 알리겠다고 했다. 해당 부대장이 부모와 면담했다. 부모는 아들을 후방으로 전출시켜 달라고 했다. 이 부대장은 부모 요구를 들어주었다. 상급 부대 조사를 받으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있다. 군 관계자는 "가혹 행위라는 개념이 모호해 민원이 들어와 피의자로 지목되면 거의 보직 해임당한다"고 했다. 간혹 군 내부 민원 창구인 '마음의 편지'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익명으로 상급자와 관련된 거짓 사실을 상부에 신고하는 것이다. "이등병이 아닌 '이등별(★)'"이라는 말이 나온다.
소방관들은 인명 구조 과정에서 피치 못하게 기물이나 신체를 손상시켰을 때 민원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다. 지난 16일 오후 7시쯤 부산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40대 여성이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119 구조대가 도착해 엘리베이터 문을 열려고 했지만 관리사무소 측이 승강기 파손이 우려되니 수리기사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소방관들은 '구상권 청구' 등 법적 책임을 물게 될 우려 때문에 즉시 구조할 수 없었다고 한다. 2013년 인천소방본부 소속 구급대원이 출동 현장에서 취객에게 폭행을 당했다. 구급대원이 공무 집행 방해죄로 가해자를 고소하자 가해자는 쌍방 폭행을 주장하며 맞고소했다. 개인 간 송사라는 이유로 2년간 자비로 소송을 벌인 이 구급대원은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