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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e 쏘에 Oct 10. 2020

불완전한 엄마들에게

도우터 오브 마인 (라우라 비스푸리 감독, 2018)

나는 늘 좋은 엄마가 될 자신이 없었다. 

아이가 있으면 행복해질까,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내 욕심으로 아이를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것은 그 아이에게 죄를 짓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생각한다고 쉽게 가질 수 없다는 것도 알지만.


스스로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직업병으로 주위의 엄마들에게 충고를 할 때가 있었다. 그때 자주 되돌아오는 답변은 “너는 아이를 안 낳아봐서 몰라”였다. 그 말이 가슴이 아프기도 했고, 나는 사랑해서 얘기하지만 그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여겨져 이젠 더 이상 충고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가 불완전하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은 너무 중요하고 엄마는 완전해야 하겠지만 사실 그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성장한다. 엄마가 아이를 키우고 아이가 엄마를 성장시킨다. 그리고 꼭 낳은 엄마가 아니어도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면 아이로 인해, 그 사랑으로 성장한다.


<도우터 오브 마인>은 생모와 입양한 엄마 그리고 그녀들의 딸, 세 여자의 서로에 대한 사랑과 성장 이야기다. 

안젤리카는 책임질 수 없는 아이를 낳고, 아이가 필요했던 티나가 그 아이를 맡아서 키운다. 그 조건으로 티나는 친구인 안젤리카까지도 돌본다. 

비토리아가 10살이 되던 해 생모인 안젤리카와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데, 비토리아는 자신과 닮은 안젤리카에게 끌려서 엄마 몰래 자꾸 찾아가게 된다. 안젤리카는 늘 취해서 비틀대는 불안정한 사람이지만 비토리아에게는 안쓰러운 엄마다. 동시에 같이 춤추고, 산을 오르고, 수영을 하고. 즐겁게 놀아주는 엄마이기도 하다. 키워준 엄마에게는 물어보지 못하는 것도 물어볼 수 있고. 

반면 티나는 비토리아에게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성당에서 봉사하고 기도한다. 아플 때 곁에 있어주고 늘 따뜻하게 안아주는 엄마이다. 하지만 자신처럼 바르게 키운 비토리아가 학교에서 범생이라고 따돌림을 당한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비토리아가 생모인 안젤리카를 자꾸 찾아가자, 티나는 딸을 잃을까 봐 불안해하고 비틀거린다. 반대로 안젤리카는 비토리아와 자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일도 하고 안정을 찾으려 노력한다. 안정적이었던 엄마와 불안정했던 엄마의 상태가 뒤바뀌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모두가 불완전하여 때로는 비틀거린다. 그럼에도 비토리아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사람, 엄마이다.


그리고 비토리아는 불완전한 두 엄마 모두를 지탱하는 딸이다.

두 엄마 사이에서 비토리아는 휘둘리지 않는다. 스스로가 있어야 할 곳을 찾고 할 것을 한다. 비토리아가 그 여리한 몸으로 다친 생모를 카펫에 올리고 끌 때, 그리고 안젤리카가 원했던 것을 그녀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했다고 당당히 말할 때, 아이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훌쩍 커있다.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 모든 것을 다 말해준다.

딸을 찾아 헤매던 티나가 다친 안젤리카를 부축해서 일으켰을 때, 딸, 비토리아는 비로소 진정한 안정을 찾는다. 그녀들을 뒤로하고 앞장서 당당히 걷는다. 미소를 지으며 윗옷까지 벗어 제치고.   


이 영화의 헤드카피가 진심으로 마음에 와 닿았다. 

“불완전한 우리를 지탱하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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