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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e 쏘에 Nov 01. 2020

아동 학대에 가슴 아픈 어른에게

가버나움 (나딘 라바키 감독, 2018)

<가버나움>에서 자인은 보기에 심히 짠하다. 부모가 낳아만 놓고 출생신고도 하지 않아 몇 살인지 조차 알 수 없다. 작고 심하게 마른 아이가 그 가느다란 팔로 무거운 물건을 매일 힘들게 나른다. 자인의 부모는 아이를 돌보기는커녕 돈을 벌어오도록 일을 시킨다. 심지어 약을 파는 일에도 동참시키고. 


부모의 모든 학대에도 잘 견뎌냈던 자인이 분노해서 부모를 고소하는데, 그것은 부모가 팔아넘긴 여동생이 죽었기 때문이다. 몸이 고되어도 동생들을 잘 돌보았던 자인은 여동생이 생리를 하면 동네 가게의 주인 남자에게 팔려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동생을 보호하려 안간힘을 쓰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동생 사하르는 어린 나이에 성인 남자에게 시집가고 자인은 몹시 화가 나서 집을 나간다. 


집을 나가도 어린 자인은 할 수 있는 게 없어 여전히 굶는다. 그럴 때 도와준 이는 자인과 처지가 별다를 바 없는 에티오피아에서 온 불법체류 노동자 라힐이다. 자인은 라힐의 아기 요나스를 돌보면서 잠깐 동안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지낸다. 하지만 라힐이 체포된 후부터 다시 처절하게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삶이 시작된다. 자신의 친동생이 아님에도 젖먹이 아이를 책임지고 돌본다. 어린아이의 그 사투가 너무 처절해서 심히 안타깝다. 아무리 굶주렸어도 자신보다는 아기의 기저귀나 분유를 먼저 구하는 자인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것이 마음이 아프다. 결국 요나스를 돌보는 것이 자신의 능력 밖이라는 것을 깨닫고 아기를 나쁜 어른에게 주고 온 자인이 눈물을 훔칠 때, 가슴이 미어진다. 


사는 것이 개똥 같다며, 자신을 낳은 부모를 법원에 고소한 아이. 

자인이 법원에서 하는 말처럼, 아이를 돌보지 않을 부모라면 아이를 못 낳게 했으면 좋겠지만. 그건 쉽지 않을 것이다. 부모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고. 가난의 굴레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세상엔 노력하는 어른들도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한 아이들은 대부분이 전문 연기자가 아닌 베이루트 지역의 아이들로, 실제 영화 속에서와 같은 처참한 생활을 했다. 영화를 찍은 후 이 아이들은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받고 있다. 그리고 지속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제작진은 '가버나움 재단'을 설립했다고 한다. 


가버나움의 자인은 자신의 신분증에 넣을 사진을 찍을 때 처음으로 미소를 보여준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아마 자인이 미소 지을 때 절로 같이 미소 지었을 것이다. 이 아이가 앞으로 나은 삶을 살 것을 소망하고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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