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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e 쏘에 Jun 23. 2020

노년을 걱정하는 이에게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 (제롬 엔리코 감독, 2012)

폴레트 아주머니가 영화 초반, 보여주는 모양새는 참 못됐다. 특히 흑인, 동양인, 아랍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하다. 요즘 같은 때에 이 아줌마, 거리 나갔다가는 뭇매를 맞을 법하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이 아줌마의 진가가 드러난다. 그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알츠하이머 친구에게 알츠하이머라고, 흑인 손자에게 검둥이라고 지나치게 직설적으로 말하지만, 행동에도 거짓이 없고 용감하다. 강자에게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니까.... 적은 노인연금으로 가난하게 사는 것에 지쳐 구한 일이 참 영화다운 일(?)이긴 하지만, 그 일로 많은 돈을 벌었을 때, 혼자만 잘살지 않는다. 자기가 잘한 것 때문에 일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한 젊은이들을 집으로 불러, 직접구운 맛있는 케이크를 차와 함께 내어주며 자신의 일을 배분해준다. 자신이 저지른 나쁜 행동을 고해할 때마다, 다시는 그러지 말라 말하며 용서해주는 흑인 신부님께도 교회에 쓰시라고 번 몫을 계속 나눠드린다. 알츠하이머 친구를 비롯하여 늘 함께 했던 친구들과도 일을 함께 하고 몫을 나눈다. 바다에 가고 싶어 하는 손자와, 그리고 친구들과 여행 가고 즐거움도 함께 나눈다.


그렇게 폴레트 아줌마는 제일 잘하는 베이킹 일로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면서 돈도 벌고, 그 과정에서 흑인, 동양인, 아랍인들과 친구가 되고 마음을 나눈다. 참 따뜻하면서 유쾌하다. 그러다 보니 영화가 끝날 즈음엔 이 아줌마를 나도 모르게 응원하고 있다. 아줌마의 빵을 사 먹은 영화 속 다른 이들이 아줌마를 응원하는 것처럼....


그리고 이런 생각은 하면 안 되는데, 절대 안 되는데....

'폴레트 아줌마의 빵을 한 번만 맛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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